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 제조사인 울프스피드(Wolfspeed, WOLF)가 파산 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가 장중 70% 가까이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0일, 울프스피드가 채권단의 부채 구조조정 제안을 잇따라 거절한 끝에 파산법 11조(Chapter 11)에 따른 법원 주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울프스피드는 이미 수개월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려 왔다. 특히 올해 3월, 퇴임을 앞둔 톰 워너 이사회 의장은 울프스피드가 2022년 발효된 '미국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기대한 7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과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상당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두 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부채 문제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파산 신청 가능성 보도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울프스피드의 주가는 1달러 이하로 폭락하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는 기업의 존속성 마저 의심받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을 반영하는 결과다. 특히 채권단의 수정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에서 기업 주도의 구조조정보다는 법원 중심의 파산 절차로 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울프스피드는 SiC 반도체라는 특수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전기차·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한때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확대로 인한 자금 유동성 악화가 결국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일부 업계 전문가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울프스피드의 사례는 향후 유사 기업에도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울프스피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시장의 관심은 향후 법원에서 구조조정 절차가 개시될지에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