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美 AI 반도체 제재, 中만 키웠다”… 55억 달러 손실 경고

| 김민준 기자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규제에 대해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DA)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지시간 21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행사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해당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애초에 수출 제한 조치는 실패였다"며 "중국의 로컬 기업들은 매우 유능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제재는 오히려 그들에게 동기와 추진력을 제공했고, 중국 정부의 지원 역시 그에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황 CEO에 따르면, 약 4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는 중국 내에서 9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발언 외의 공식 입장을 추가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회사의 재무적 타격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엔비디아는 자사의 H20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인해 올해 회계 1분기에 약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칩은 이전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기능이 제한된 제품이었으나, 이번 강화된 제재에서는 그것조차 수출에 제약이 생긴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AMD(AMD) 역시 중국을 겨냥한 차세대 MI308 반도체의 판매 제한으로 인해 최대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는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젠슨 황의 공개 발언을 단순한 이익 침해 차원을 넘은 구조적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국 기술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중 간의 기술 갈등은 이제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 전략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오는 수요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번 분기 대중국 매출 감소와 관련된 시장의 반응에도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