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격돌, 구글·MS·오픈AI 총출동… 트럼프 관세·美 규제로 업계 '긴장'

| 김민준 기자

이번 주 테크 업계의 지각변동을 이끈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구글(GOOGL)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Build와 I/O를 필두로, 델 테크 월드, 레드햇 서밋, 컴퓨텍스 등 주요 콘퍼런스가 일제히 AI 중심 전략을 내세우며 기술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오픈AI의 대형 인수전, 애플(AAPL)에 대한 무역 압박, 엔비디아(NVDA)의 CEO가 직격탄을 날린 미국 정부 제재 등 굵직한 이슈들이 맞물리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구글은 올해 I/O에서 AI 분야에서 부진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려는 듯, 범용 AI 비서 구축 로드맵과 AR 글라스에 AI를 결합한 미래형 하드웨어 비전을 제시했다. 시리와 같은 기능의 확장을 넘어 일상 전반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자사 AI 플랫폼 '제미니'를 중심으로 다중 모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무대 복귀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AI는 컴퓨터 과학자의 입장에서 전례 없는 문제이자 기회"라며, 제미니를 포함한 기술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Build 행사에서 윈도우 내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오픈소스 생성형 검색 도구 등 일련의 AI 기능과 플랫폼을 대거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눈에 띄는 것은 깃허브 코파일럿 에이전트의 진화로, 코드 작성 보조를 넘어서 개발 전반을 자동화하려는 접근이다. 또한 ‘AI 파운드리’를 통해 로컬 모델 학습 지원을 강화하고, 자사 플랫폼 보안을 위한 신원 보호 기능도 함께 추가했다.

오픈AI는 산업 지형에 또 하나의 충격파를 날렸다.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창업한 AI 스타트업 'io 프로덕츠'를 약 8,900억 원($6.5B) 규모의 주식 거래로 전격 인수한 것이다. 이로써 오픈AI는 하드웨어 기반 AI 제품 라인업을 본격 추진하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애플 입장에서는 전략 인재의 역량이 경쟁사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큰 상징성을 가진다.

AI 전환은 기업용 IT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는 'AI 팩토리'라는 컨셉 아래, 생산성과 인프라 효율을 높이는 엣지 컴퓨팅 중심 전략을 선보였다. IBM의 자회사 레드햇은 검증된 AI 모델들과 새로운 추론 서버를 포함한 통합 AI 솔루션을 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분야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처럼 IT 인프라 대기업들까지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점은, 기업 고객들의 수요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책 이슈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애플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은 아이폰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EU 수입품에는 무려 50%의 관세가 예고된 상황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서도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 정부의 AI 칩 대중국 수출 제한을 정조준한 인물도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이로 인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잃었으며, 오히려 현지 반도체 자립 움직임만 가속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AI 기업들이 점점 자국산 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앤트로픽이 공개한 새로운 클로드 모델, 컴퓨텍스서 선보인 엔비디아의 NVLink Fusion 및 AI 운영체제, 애플의 개발자 대상 대형언어모델(LLM) 개방 검토 등도 주목받았다. 또, 오픈AI는 아랍에미리트에 1기가와트급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인프라 확대에 본격 나섰다.

이번 주 기술 업계는 AI 중심으로 역동적인 전환 양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기술 혁신이 플랫폼, 하드웨어, 인프라, 정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AI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