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테크, 21억 달러에 이투오픈 인수…글로벌 물류 SW 판도 재편

| 김민준 기자

호주 기반 물류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테크 글로벌(WiseTech Global)이 미국의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이투오픈(E2open Parent Holdings)을 21억 달러(약 3조 24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거래는 최근 공급망 효율화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물류 관리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투오픈은 애플, 델테크놀로지스, 시스코 등 6,000개 이상의 대기업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80억 건에 달하는 거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특히, 육상·해상·철도·항공 운송 네트워크를 통합해 실시간 배송 예약, 화물 통합, 지연 추적, 공급 위험 분석 등 전반적인 물류 프로세스를 클라우드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운송관리뿐 아니라 재고 부족이나 품질 이상 등 공급망 이상 징후까지 사전에 포착해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인수로 와이즈테크는 자사 물류 플랫폼 카고와이즈(CargoWise)를 통한 글로벌 확장 전략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카고와이즈는 물류팀이 다양한 운송업체를 장비 기반으로 비교하거나 물류센터 운영을 최적화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 솔루션이다. 와이즈테크는 이투오픈의 기능을 통합해 물류 프로세스의 전 범위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가는 주당 3.30달러로, 인수설이 처음 퍼지기 전 종가보다 68%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이투오픈이 2024년부터 매출 성장세 둔화와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력으로 전략적 검토에 착수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투오픈의 CEO 앤드류 아펠은 "양사는 운송, 물류, 수요공급 네트워크 전반에 있어 서로 보완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고 이번 인수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와이즈테크는 이번 인수를 위해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거래를 추진하며, 이투오픈의 주요 주주들로부터 투표권 지지를 확보한 상황이다. 거래는 2025년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며, 인수 이후 1년 내 주당순이익(EPS)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와이즈테크는 밝혔다.

클라우드 기반 공급망 소프트웨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와이즈테크의 대형 인수는 글로벌 물류 산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속에서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