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진료보다 행정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웨덴 스타트업 탠덤헬스(Tandem Health)가 이를 해결하고자 인공지능 기반 진료 지원 기술을 선보이며 5천만 달러(약 720억 원)의 시리즈A 자금을 유치했다.
2023년에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원내는 물론 전화 통화나 기록 열람 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의사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임상 문서를 자동 생성하는 AI 코파일럿을 개발해왔다. 탠덤의 목표는 단순한 음성 기록을 넘어 의료진의 사고 흐름을 실시간으로 정리하고, 완료 전에 정확하고 컴플라이언스를 충족하는 진료 기록을 자동화하는 데 있다.
자금 조달은 스웨덴의 투자회사 키네빅(Kinnevik)이 주도했으며, 노르스존(Northzone), 아미노컬렉티브(Amino Collective), 비저네리스클럽(Visionaries Club) 등이 참여했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를 통해 AI 코파일럿의 기능을 대폭 확장해, 임상 코드 작성, 환자 인계, 진료 의사결정 보조까지 의료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네이티브 운영체제’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탠덤은 최근 영국 공공의료시스템 NHS와 협력해 의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어큐럭스(Accurx)와 함께 '어큐럭스 스크라이브'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 솔루션은 실시간 음성 인식과 문서화 자동화를 기반으로 20만 명 이상의 NHS 의료진이 사용하는 의료 AI 툴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는 단일 의료시스템 대상으로는 세계 최대 AI 기반 문서화 도입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의료진의 시간 중 행정 업무에 얼마나 할애되는지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지난 2022년 뉴앙스커뮤니케이션스(Nuance Communications)와 연구기관 이그네티카(Ignetica)가 NHS 소속 의사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주당 약 13.5시간, 전체 업무의 3분의 1 이상을 문서화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선 이보다도 심각해, 일부 의사들은 진료 시간의 두 배 이상을 서류작업에 쓰고 있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러한 과도한 행정 부담은 의료진 소진과 우울증, 직무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며, 환자 치료의 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의료 문서 자동화는 단순한 편의성 제공을 넘어 전반적 보건 시스템 개선의 키로 떠오르고 있다.
탠덤은 스스로를 ‘유럽 의료 시스템 특화 기업’으로 규정한다. NHS와 독일, 프랑스 등 각국 의료 시스템의 규제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은 글로벌 헬스테크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