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가 브로드컴(Broadcom)으로부터 벨로클라우드(VeloCloud)를 인수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아리스타는 고성능 데이터센터 중심의 네트워킹 장비 라인업에 소프트웨어 정의 광역 네트워크(SD-WAN) 솔루션을 보완하며, 엔드투엔드 네트워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로 알려졌다.
벨로클라우드는 SD-WAN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클라우드 기반 관리와 통합 보안을 강조한 제품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와이파이와 5G를 활용한 WAN 연결, 응급차량 통신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가트너의 최신 매직 쿼드런트 보고서에서도 리더군에 포함됐다. 아리스타는 그동안 고성능 라우터와 스위치를 통해 대형 클라우드 업체와 금융사 중심의 고객층을 확보해왔지만, 지사 연결용 솔루션에는 빈틈이 존재했다. 이번 인수로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거래를 통해 보안 부문에서도 아리스타는 한층 입지를 넓힌다. 벨로클라우드는 방화벽과 위협 탐지, 접속 제어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어, 아리스타의 트래픽 감시 및 대응 역량과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비록 보안은 아리스타의 주 활동영역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자사 제품에 다양한 보안 기능을 통합하며 보안 중심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적극 수용 중이다.
AI 영역에서도 협업이 기대된다. 벨로클라우드는 분산된 AI 워크로드의 보안성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벨로레인(VeloRAIN)’과 네트워크 운영을 위한 AI 자동화 도구 ‘벨로브레인(VeloBrain)’을 보유하고 있다. 아리스타 역시 고성능 네트워크 기반의 AI 전용 장비를 일찌감치 시장에 선보였고, AI 운영을 위한 가상 비서 AVA를 개발한 상태다. 양사의 기술 결합은 AI 워크로드용 네트워크 최적화 경쟁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다만 벨로클라우드의 시스템 통합은 아리스타에 숙제를 안긴다. 아리스타의 강점 중 하나는 모든 제품이 단일 운영체제 Cloud EOS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인데, 벨로클라우드는 별도 OS 기반으로 운영되어왔다. 과거 모조네트웍스(MoJo Networks), 어웨이크 시큐리티(Awake Security), 빅스위치(BigSwitch) 등의 인수 사례를 참고하면, 아리스타는 기존 고객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EOS에 통합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수는 벨로클라우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준다. 벨로클라우드는 vm웨어 인수 이후 정체를 겪었고, 한때 브랜드가 사라지면서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받았다. 이후 ‘VeloCloud by VMware’로 브랜드를 부활시켰지만, 브로드컴의 VM웨어 전략이 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시 주변부로 밀려났다. 아리스타와의 결합은 벨로클라우드 본연의 강점을 살리고 이를 최적화된 환경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아리스타는 이번 주 들어 연이어 주목할 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가트너가 발표한 유무선 LAN 매직 쿼드런트에서 실행 능력 부문 최상위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중소형 지사 환경을 위한 팬리스 12포트 PoE 스위치 ‘710XP’, 산업 현장용 Wi-Fi 7 AP ‘O-435’, 비용 효율성 높은 Wi-Fi 7 실내용 AP ‘C-400’ 등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여기에 더해 아리스타는 신규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토드 나이팅게일(Todd Nightingale)을 영입했다. 그는 최근까지 패스트리(Fastly)의 최고경영자였으며, 이전에는 시스코(Cisco)에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및 클라우드 부문을 이끌었다. 특히 그가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스타트업 메라키(Meraki)에서 쌓은 경험은 아리스타가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와 인사는 아리스타의 성장 전략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결과로 평가되며,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에서 다층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