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는 죽지 않았다… 스펙트라 로직, AI·우주·클라우드까지 노린다

| 김민준 기자

백업(storage) 기술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가운데, 스펙트라 로직(Spectra Logic)은 테이프 저장 장치를 현대 기술 환경에 맞춰 재해석하며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이 대세로 자리잡은 지금, 스펙트라 로직은 전통적 장비로 여겨졌던 테이프 드라이브를 에너지 효율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은 이 저장기술 전문 기업은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을 위한 테이프 기반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고객사로는 나사 에임스 연구센터(NASA AMES Research Center) 등이 있으며, 현재 10세대 LTO 테이프 드라이브는 최대 30테라바이트까지 저장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라이브러리에서 최대 17페타바이트까지 확장 가능한 ‘스펙트라 스택’ 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스펙트라 로직 마케팅 책임자 미치 시글(Mitch Seigle)은 “테이프가 사용되지 않을 때 전력 소모가 없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저장기술 중 가장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 및 미디어 아카이브처럼 지속 저장이 필요한 데이터에는 테이프가 최종 저장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 클라우드 아키텍처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에 대해 시글은 블랙펄(BlackPearl) 플랫폼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플랫폼은 테이프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에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클라우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TAPAS(테이프 아카이벌 플랫폼-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테이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테이프의 활용 범위는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칠레 루빈 천문대에서 촬영한 우주의 첫 이미지가 하원 선형 가속기 센터(SLAC)에 설치된 스펙트라 로직 라이브러리로 전송되며 이 기술의 우주 활용 가능성도 입증됐다. 시글은 “우리는 기존에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다뤘지만, 이제는 우주 수준의 데이터까지 저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신뢰성과 장기적인 보존 가능성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 테이프 기술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스펙트라 로직은 이를 새로운 플랫폼과 제품군으로 뒷받침하며 저장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