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중심에서 아틀라시안, 인튜이트,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AI 시대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차세대 API 환경을 구상하며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인튜이트의 수석 엔지니어인 메린 쿠리엔은 최근 열린 VB 트랜스폼 콘퍼런스에서 “이제는 사람이 아닌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하는 시대”라며 “에이전트 친화적인 API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5년 내 AI 에이전트가 기업 시스템 전반에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지금의 투자와 준비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튜이트는 이미 이를 실전 비즈니스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자사의 대표 제품 퀵북스에 자동 송장 발행과 결제 리마인드 기능을 접목해 중소기업 고객들의 대금 회수 속도를 평균 5일 앞당겼으며, 완납률도 10% 이상 상승시켰다. 쿠리엔은 “AI 에이전트 도입만으로도 실제 매출 흐름이 개선되는 성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AWS 역시 자사 이니셔티브인 ‘AWS 트랜스폼’을 통해 전통적인 IT 시스템 마이그레이션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마이란 톰센 부코벡 AWS 엔지니어링 및 제품 부문 리더는 “과거엔 기업이 특정 애플리케이션 전환을 요청해도 우선순위에 밀려 수개월씩 기다려야 했다”며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일반 부서도 대부분 마이그레이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전체 전환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AI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비즈니스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업무 구조와 조직 문화 자체가 재정의되는 전환의 한 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아틀라시안은 직원 온보딩과 고객 응대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티퍼니 토 아틀라시안 플랫폼 부문 수석부사장은 자체 실험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 건 이상의 내부 요청을 처리하는 온보딩 에이전트와, 수십 개 팀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고객 응대 에이전트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의 다양한 접점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기능이 매우 호평받고 있으며, 실제 고객사 하퍼콜린스에서도 이 기능으로 전략 회의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또한 아틀라시안은 협업 제품군 가운데 지라, 컨플루언스, 룸 등의 앱을 AI 에이전트 '로보'가 통합 관리하는 ‘팀워크 컬렉션’을 공개하며 업무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기능은 회의 전 의제와 관련 이슈들을 자동으로 요약해 제공함으로써 회의 시간을 전략적 논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토 부사장은 이를 통해 개인당 주 4시간의 업무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기술 구현의 중심엔 ‘신뢰’라는 요소가 있다. 쿠리엔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결정을 대신하게 되는 시대에서 고객은 내부 처리 과정을 이해하고 통제하기를 원한다”며, 각 단계마다 보안과 검토 프로세스를 갖춘 생애주기 기반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 부사장도 “기술적 완성도만으론 부족하다”며 “전체 조직이 협업해 데이터 아키텍처를 재정비하고, AI가 의미 있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봤다.
그들은 AI가 단기 변화가 아닌, 조직 전체를 변혁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특히 토는 “지금 이 AI 물결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기술보다도 조직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본질적 변화”라며, 조직 전반의 준비와 실험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전략 설계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이 흐름 속에서, 주요 테크 기업들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 데이터 기반 구조와 내·외부 피드백 루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아틀라시안 사용자들은 3개월 만에 1만 개에 달하는 맞춤형 에이전트를 생성했고, 이 데이터는 다시 제품 발전에 되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오늘날의 AI 전환은 기능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조직 구조, 업무 방식,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다시 쓰게 만드는 파급력을 지닌다. 기술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