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GPU 스타트업인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와 메타엑스(MetaX)가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과학기술특화시장인 칭커촹반(科创板, STAR Market)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총 165억 위안(약 3조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 인한 국산 칩 수요 증가와 정부 주도의 자립 강화를 배경으로 한 움직임이다.
무어 스레드는 약 80억 위안(약 1조 5,400억 원), 메타엑스는 39억 위안(약 7,500억 원)의 자금을 통해 GPU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기업과의 기술 격차 해소를 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NVDA)의 H20 GPU를 포함해 중국에 대한 고급 반도체 수출을 지속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내 AI 칩 설계 및 제조 생태계를 자립화 시켜야 할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또 다른 GPU 개발업체 비렌테크놀로지(比壬科技)도 15억 위안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홍콩 증시에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는 반도체 독립을 위한 중국 내부의 강력한 인프라 구축 움직임을 반영한다.
무어 스레드와 메타엑스 모두 최근 몇 년 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결과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기술력 고도화를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메타엑스는 2024년 기준으로 7억 4,3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렸지만 14억 위안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무어 스레드 역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국산 칩 수요 확대를 동력 삼아 손익분기점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Omdia의 애널리스트 허후이(He Hui)는 두 기업의 대규모 자본시장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자립 가속 전략이 GPU 시장의 경제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무어 스레드와 메타엑스는 이를 활용해 수익성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어 스레드는 과거 엔비디아 중국법인을 이끌던 장젠중(张建中)이 창업자이며, 메타엑스는 AMD에서 GPU 제품라인 총괄을 맡았던 천웨량(陈伟良)이 창립한 만큼 양사의 글로벌 기술 경험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 GPU 산업에 있어 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무어 스레드는 대만 TSMC의 첨단 파운드리 이용이 차단된 이후 ‘국산 대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메타엑스는 중국 내 고객사들이 자국 제품으로의 전환을 확대하는 것이 고객·공급망 긴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라고 해석했다.
최근 미국은 ASML의 첨단 노광장비 대중 수출을 막는 등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GPU를 포함한 고성능 AI 반도체의 자체 생산 역량 확보에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무어 스레드와 메타엑스는 이러한 전략의 최전선에 선 대표 업체로 평가받는다.
현재 중국 시장에는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 공개 상장된 캠브리콘 및 하이곤 등 다양한 GPU 업계 주자들이 존재하지만, 이번 IPO 추진을 계기로 무어 스레드와 메타엑스는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