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56% 급감…美 AI 반도체 규제 직격탄

| 김민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분기 실적 전망을 발표하며,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한 충격을 정면으로 인정했다. 회사는 반도체 수요 부진과 미중 무역 갈등 심화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줄어든 약 4조 5,900억 원(약 3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6조 2,000억 원 대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분기(6조 6,900억 원)와 비교해도 약 31%나 감소한 수준으로, 삼성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고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삼성은 이번 실적 하락에 대해 재고 자산 가치 평가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미국 정부의 고성능 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규제가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장 타격이 컸던 사업은 메모리 반도체였다. 특히 AI 칩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000660)와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삼성의 제품이 엔비디아(NVDA)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이어지며 시장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차기 분기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로의 HBM 출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적자 상태지만, 설비 활용률 회복과 글로벌 수요 반등에 힘입어 3분기에는 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의 수요도 제한적이며, TV와 가전 부문 역시 미국의 수입 관세 영향으로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가 실망스럽지만, 반도체 업황의 저점 통과 신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2분기 실적은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 메모리 가격 반등과 함께 점진적인 이익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삼성의 실적 경고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단순한 외교 이슈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AI 시대의 핵심 소재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