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건설 조달 혁신… 파스펙, 시리즈 A서 288억 원 유치

| 김민준 기자

AI 기반 건설 조달 스타트업 파스펙(Parspec)이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2,000만 달러(약 288억 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쓰레시홀드 벤처스(Threshold Ventures)가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이노베이션 인데버스(Innovation Endeavors), 빌딩 벤처스(Building Ventures), 하트랜드 벤처스(Heartland Ventures), 홈팀 벤처스(Hometeam Ventures)도 참여했다. 파스펙의 누적 투자금은 현재까지 3,150만 달러(약 453억 원)에 달한다.

파스펙은 AI를 활용해 설계 도면과 제품 규격서 등 비정형 문서에서 정확히 요구 제품을 식별하고, 설치 가이드나 보증서류 등 필수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조달 담당자는 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절감하고, 보다 정교한 견적서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파스펙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포레스트 플래이거(Forest Flager)는 “이 시스템을 통해 견적 소요 시간과 비용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며 “프로젝트 수주율 또한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2020년에 법인 설립됐지만 본격적인 사업 전개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플래이거와 공동 창업자 프라티유쉬 하벨리아(Pratyush Havelia)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건설 최적화 기술을 연구하던 중 건설 자재의 스펙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회사를 세웠다. 플래이거는 이전에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건설 기술기업 카테라(Katerra)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총괄하면서 건설 자재 유통의 복잡한 흐름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그는 “유통업체를 위한 정보 수집 및 최적화 솔루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경험이 창업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처음에 조명과 전기 관련 제품군을 중심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기계·전기·배관(MEP) 제품 전반으로 지원 영역을 확대했다. AI 알고리즘은 약 4,000개 제조사 웹사이트를 크롤링해 PDF 형식의 제품 사양서 정보를 추출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 스펙에 부합하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AI 파이프라인이 구현돼 있다.

회사의 수익 모델은 문서 생성량에 기반한 *사용량 연동형 구독제*다. 고객이 파스펙 플랫폼을 사용해 생성한 견적서, 서브미탈, 유지보수 문서량에 따라 요금이 책정된다. 현재까지 약 288개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미국 내 전기 유통업체 5곳 중 4곳, 조명 에이전시 상위 5곳 중 3곳이 고객이다.

파스펙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CEO 플래이거는 “2024년 1월 견적 자동화 제품을 출시한 이후 지난 12개월 동안 매출이 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건설 자재 가격이 2020년 대비 약 40% 상승한 현 상황에서 파스펙은 공급망 효율화를 통해 산업 전체 비용 절감을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를 이끈 모 이슬람(Mo Islam) 쓰레시홀드 벤처스 파트너는 “파스펙은 조달 프로세스 전반을 자동화할 수 있는 진정한 AI 네이티브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라며 “고객사들은 이를 통해 경쟁 업체보다 빠르게 견적을 내고,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자체 데이터와 고도화된 생성형 AI 모델 덕분에 파스펙은 경쟁우위의 데이터 장벽을 가진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유치는 미국 부동산 기술 분야 전반의 자금난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스타트업은 2021년 1,088건의 거래를 통해 137억 달러를 유치했으나, 2023년에는 49억 달러, 2024년에는 36억 달러로 급락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201건의 거래로 21억 달러에 그쳐 시장의 냉각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AI 기술을 바탕으로 실질적 비용 절감 효과를 증명한 파스펙은 예외적인 투자유치 사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