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소브린 클라우드' 주목…글로벌 기업 생존 전략 부상

| 김민준 기자

전 세계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본격 도입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브린 클라우드(sovereign cloud)’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각국의 데이터 주권 요구와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 욕구가 충돌하는 시점에서, 소브린 클라우드는 이 두 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기업 벌처(Vultr)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케빈 코크레인(Kevin Cochrane)은 최근 ‘RAISE 서밋 2025’에서 "AI 도입이 실험 단계에서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되면서 인프라 요구사항이 급변하고 있다"며 "규제에 대응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부터 지역 기반의 초저지연 컴퓨팅까지, 기업들이 통제권을 잃지 않으면서도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소브린 클라우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크레인에 따르면 소브린 클라우드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보로,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있다.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충분한 GPU 연산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AI 기술의 국내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축은 기업 차원의 규제 대응이다. 각국의 지역별 데이터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현지화하면서도 법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벌처는 헬스케어나 금융 등 고규제 산업을 위한 사전 구축형 인프라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내 복수 국가에서 GDPR과 HIPAA를 모두 준수하는 헬스케어 AI 에이전트를 배포하려는 기업은, 코드를 일일이 작성할 필요 없이 클릭 몇 번으로 필요한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코크레인은 "테라폼(Terraform) 템플릿만으로 10초 안에 배포 가능한 인프라가 규제 대응 속도와 운영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벌처의 소브린 클라우드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인프라 구조 전반에 내재화돼 있는 점이 강점이다. 유연한 API 기반 배포 모델과 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통해, 기업은 네트워킹, 저장소, 연산 자원을 자체 요건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면서도 감사를 위한 데이터 흐름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운영 중인 인프라에 거버넌스를 사후 적용하지 않고 사전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AI 프로젝트 실패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끝으로 코크레인은 "AI 시대에는 '빠르게 움직이며 부수자(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잘못된 AI 배포는 시스템 하나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과감한 혁신뿐 아니라, 정교한 인프라 설계와 글로벌 규제 대응이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소브린 클라우드를 둘러싼 논의는 단지 기술적 선택지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과제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