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760조 원)를 돌파하면서 기술 산업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현지시간 9일 오전 장중 잠시 동안 이 기록을 달성한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중 하나로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자신감을 시장에 과시했다.
이 같은 시가총액은 글로벌 경제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수치다. 세계은행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과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약 4조 달러 규모이며, 이는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4~5위권이다. 기업 하나의 시장가치가 이들 국가 전체 경제규모와 맞먹는다는 점은 기술 기업의 경제적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엔비디아의 현재 시총은 테슬라(TSLA)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자산 약 10배에 달한다. 머스크는 다양한 혁신 기업을 이끌며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약 4,000억 달러로 엔비디아 전체 가치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엔비디아의 시총 4조 달러는 S&P500 지수의 절반 가까운 가치를 담고 있다. 약 5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이 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엔비디아는 하위 216개 기업의 합계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여기에는 제너럴 밀스(GIS), 베스트 바이(BBY), 도미노피자(DPZ) 같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대기업들도 포함된다.
스포츠 산업 전체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50개 스포츠 구단의 가치는 총 2,89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엔비디아가 뉴욕 양키스, 댈러스 카우보이즈,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최고의 구단을 13번 이상 사고도 일부 자금이 남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F1 전체 10개 팀의 가치를 고려하면, 이 경기 시리즈를 200회 이상 통째로 살 수도 있다.
자사 제품 기준으로도 이 수치는 압도적이다.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자사의 고성능 AI 반도체인 블랙웰 칩의 가격을 개당 3만~4만 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 계산해도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최첨단 칩 1억 개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자금을 현 시점에서 시장의 신뢰로부터 확보한 셈이다.
AI 트렌드의 핵심으로 우뚝 선 엔비디아는 기술력과 시장 주도의 양축을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강자를 넘어, 이제는 세계 경제와 산업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고 있다. 4조 달러라는 기록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으로, 미래 산업의 방향성과 자본 흐름의 중심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