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의 반격 시작됐다… '속도'로 무장한 AI 클라우드 2.0 시대

| 김민준 기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새 수장 맷 가먼은 인공지능 시대의 스피드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AWS를 이끄는 지 1년째인 그는 긴급하게 변화하는 시장 구도 속에서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가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사적 자원을 AI 중심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 그의 전략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인 '에이전틱(agentic) 컴퓨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에이전틱 컴퓨팅은 대규모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행 가능한 결정을 내리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다. 가먼은 이 기술이 기존 생성형 AI보다 훨씬 더 깊고 폭넓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생성형 AI는 20%의 효율 향상을 가져왔다면, 에이전트는 200%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AWS는 2026년까지 북미 등지에 1,200억 달러(약 173조 원) 이상을 투입해 인프라 구조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초대형 투자는 수요 중심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AWS는 멕시코, 태국, 칠레 등지에 신규 리전을 조성하고 있으며,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는 유럽연합 회원국만으로 운영되는 완전 격리형 '유럽 소버린 클라우드'다. 이는 각국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무엇보다 AWS는 엔비디아 같은 외부 칩 공급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유의 실리콘 전략을 강화 중이다. 자사 설계의 그래비톤(Graviton) CPU와 트레이니엄(Trainium) AI 가속기를 통해 최대 40%의 비용 절감을 도모하며,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서비스의 컴퓨팅 원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결국 클라우드 '2.0 시대'를 촉진시키고 있다. 가먼은 아직도 전 세계 워크로드의 20% 미만만이 클라우드로 이전되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데이터 이전 가능성과 AI 활용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들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보다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작부터 포춘500 기업과 협업하면서 맞춤형 AI 모델을 실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의외로 가장 빠르게 변화의 혜택을 받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HIPAA와 같은 규제가 이식된 환경이 최근 AI 시대에 적합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다. 제약업계는 AWS의 지원을 받아 단백질 탐색, 가상 임상시험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일부 병원에서는 생성형 AI '스크라이브'를 통해 문서 작업을 단축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시도는 여전히 미국 내 프라이버시 논란이라는 걸림돌을 안고 있다.

AWS 내부는 AI 적용을 전사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가먼은 전 직원들에게 "아마존 내 모든 직무는 AI에 의해 재정의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기술자뿐 아니라 고객 지원담당, 리크루터, 물류관리자 등 거의 전 직무에서 AI 기반 재설계를 시행 중이다. AWS가 개발한 AI 워크플로우 프레임워크인 'Amazon Strands'는 내부 제안 8시간 만에 대외 공개로 전환되며 수만 회 다운로드되는 등 이러한 혁신 속도를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제품군에 코파일럿을 깊이 내장해 생산성 AI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구글 클라우드는 보안 특화 AI 모델 '제미니'를 앞세워 금융권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AWS는 '베드록(Bedrock)' 서비스를 앞세워 아마존, 앤트로픽, 메타 등 다양한 대형 모델을 유연하게 연동시킬 수 있는 '중립형 플랫폼'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될 첫 're:Invent'에서 가먼은 대규모 에이전트 관련 발표와 더불어, 규제 환경이 까다로운 산업에 특화된 AI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속도가 경쟁력"이라며, 인프라 투자와 자체 실리콘 강화, 조직 문화 혁신을 병행해 거대 클라우드 기업도 민첩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AWS가 승기를 쥐려면 세계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객 아이디어를 실제 AI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경쟁의 미래는 규모가 아닌 속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