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 칩 中 재출하…트럼프 면담 효과에 주가 급등

| 김민준 기자

엔비디아(NVDA)가 자사의 인기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중국 판매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판매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전하며, 곧 중국으로의 공식 출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5% 가까이 급등했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AMD 등 다른 반도체 기업과 협력사들의 주가까지 덩달아 상승하며 나스닥 선물지수도 오름세를 탔다. 이틀 전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이다.

워싱턴의 허가를 받아낸 이번 결정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시장 매출이 사실상 전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중국 수출 제한 조치로 약 45억 달러(약 6조 4,800억 원)의 감가상각 비용을 처리한 바 있다.

H20 칩은 기존 AI GPU 제품보다 성능은 다소 낮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특별히 조정된 모델이다. 이 제품은 그동안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일한 현지 맞춤형 세대였으나, 작년 말부터 수출 금지에 걸리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판매 재개는 사실상 그런 규제가 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와 별도로 중국 시장에 완전히 적합한 것으로 설계된 새로운 'RTX PRO AI' 반도체도 발표하며, 중국 판매 확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AI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확실한 시장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거래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황 CEO의 최근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 기술제한 강화' 기조를 이어왔지만, 주요 기업과의 직접 소통 결과 일부 실리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20% 이상 상승한 가운데, 이번 H20 재판매 소식이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규제를 뚫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다시 진입하면서 AI 반도체 패권을 굳건히 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