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 美서 5천명 감원 단행… AI 전환 속 조직 개편 가속

| 김민준 기자

미국 반도체 대기업 인텔(INTC)이 조직 개편을 가속화하며 미국 내 4개 주에서 5,000명 이상을 해고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인텔이 올해 발표한 20% 글로벌 인력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이번 인력 감축은 미국 노동부에 제출한 최근 워닝법(Worker Adjustment and Retraining Notification) 공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캘리포니아주 포섬(Folsom)과 산타클라라(Santa Clara) 캠퍼스에서는 약 2,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7월 둘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해고되고 있으며, 오리건 힐스버로(Hillsboro)와 알로하(Aloha) 지역 사업장에서도 약 2,392개 직무가 사라진다. 이 중 상당수는 연구개발, 기술직, 행정직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지역 산업에 적잖은 충격이 우려된다.

서부를 넘어 인텔의 감축은 남서부와 중남부까지 확산되고 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Chandler) 공장에서는 당초 약 170명 해고 계획이 있었으나, 최근 700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텍사스 오스틴(Austin) 캠퍼스에서도 약 110명에 대한 감원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원 대상 직원들에게는 최대 8주의 사전 통지와 함께 9주치 급여 및 복리후생이 포함된 퇴직 패키지가 제공된다. 이 같은 조치는 올해 5억 달러(약 7,200억 원), 내년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의 운영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리푸 탄(Lip-Bu Tan) 최고경영자의 구조조정 전략과 맞물려 있다. 그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 중심 문화를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인텔의 이 같은 해고 행보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 등 다른 테크 대기업과 맞물려 전 세계 기술 산업 내 구조조정 흐름과 일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초 전체 인력의 4%에 해당하는 9,000명을 줄였고, 구글은 지난 4월 플랫폼 및 디바이스 부문에서 수백 명을 감원했다.

이러한 움직임 뒤에는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이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지난 5월, 향후 5년 내로 AI가 미국 내 초급 사무직 일자리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실업률이 최대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인텔이 맞닥뜨린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AI 전환 시대에 걸맞은 체질 개선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에 따른 지역사회 영향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사회적 충격은 앞으로 더 깊이 있는 논의와 대응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