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ASML)의 주가가 17일(현지시간) 8% 넘게 급락했다. 회사가 2026년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밝히지 못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해 최대 30%의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됐다. 수요 둔화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ASML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6년 매출 성장의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하며, 반도체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8월 1일부터 의약품과 반도체에까지 관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역전쟁 확산 우려에 다시 불을 지폈다.
ASML 주가는 이날 약 754달러(약 1,085,760원)로 마감하며 나스닥100 내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올 들어서는 9% 상승했지만, 지난 12개월 기준으로 보면 30% 가까이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기대감보다 글로벌 통상 정책과 기술 공급망의 지정학 리스크가 주가 흐름을 좌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ASML의 주가는 최근 상승 쐐기 패턴을 이탈하며 추가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으며, 거래량도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RSI(상대강도지수)가 중립선을 밑돌며 하락 모멘텀을 확인시켰다. 다만, 당일 종가가 장중 저점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마감되며 ‘드래곤플라이 도지’ 형태의 반전 가능성을 일부 남겨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주가 흐름의 핵심은 지지선과 저항선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695달러(약 1,001,280원)선 하회 시, 650달러(약 936,000원) 수준까지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반면 반등 시에는 775달러와 855달러 부근이 주요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구간은 과거 고점과 저점을 연결하는 기술적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 주가 급락은 단순한 실적 실망이나 업황 부진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기조가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장에 대한 경계심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미국과 유럽 간 무역갈등의 새 변수로 떠오르면서, ASML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 프리미엄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AI, 고성능 반도체, 그리고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에 대한 적극적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정책 리스크가 ASML 주가의 방향성에 결정적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시장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관세 집행 여부와 시점, 그리고 유럽과의 협상 진전에 다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