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이라는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제조·헬스케어·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굵직한 자금 조달이 이어진 가운데, 이번 주 10대 펀딩 라운드에만 총 수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사례는 항공우주 산업을 위한 AI 기반 공장을 개발 중인 해드리언(Hadrian)과 의료 AI 플랫폼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 그리고 최근 급성장 중인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였다.
이번 주 가장 큰 라운드를 성사시킨 해드리언은 시리즈 C 라운드에서 2억 6,000만 달러(약 3,744억 원)를 확보했다. 기존 투자자인 파운더스 펀드와 럭스 캐피털이 주도한 이번 투자에는 모건스탠리가 주선한 공장 확장 자금 조달도 포함됐다. AI 기술을 통해 미국 내 항공·국방 제조 인프라를 자동화하려는 해드리언의 비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반영된 셈이다.
의료 검색과 진단 지원 도구를 개발하는 오픈에비던스는 시리즈 B 단계에서 2억 1,000만 달러(약 3,024억 원)를 유치했다. 투자사는 구글 벤처스와 클라이너 퍼킨스이며, 본사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다. 이는 미국 전역의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AI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툴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같은 금액으로 공동 3위에 오른 퍼플렉시티와 서브스택(Substack)도 각각 눈길을 끈다. 퍼플렉시티는 구글의 기득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AI 검색툴 개발사로, 이번 확장 라운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180억 달러(약 25조 9,20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140억 달러 수준이었던 밸류에이션에서 단기간 내 급등한 수치다. 퍼플렉시티는 최근 자체 웹 브라우저 출시로 검색 시장 전반을 재편하려는 야심도 드러냈다.
한편, 서브스택은 독립 작가들을 위한 구독 기반 출판 플랫폼으로, 본사 소재지는 샌프란시스코다. 유명 벤처캐피털인 본드(Bond)와 TCG가 주도한 이번 시리즈 C 투자에서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추가로 확보해 누적 투자금은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외에도 8,000만 달러를 유치한 자율장비 건설 로봇업체 베드록 로보틱스(Bedrock Robotics), 셀프케어 예약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블러바드(Boulevard), 헬스케어 핀테크 기업 파나세아 파이낸셜(Panacea Financial)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술 산업 전반에 걸쳐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이번 집계는 7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발표된 미국 내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주요 투자 라운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부 투자 건은 발표 시점에 따라 누락될 수 있으며, 순위는 금액 기준으로 매겨졌다.
AI 스타트업과 제조업 자동화 기술이 주목받는 지금, 산업별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투자자들은 기존 IT 중심에서 방산, 의료, 로보틱스 등 특수 산업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해가고 있다. 이는 기술의 확산이 특정 분야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방증하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