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CSV 파일을 인공지능 에이전트에 업로드하기만 하면, 2분 후 임원회의에 바로 쓸 수 있는 정제된 데이터 차트로 변환해주는 기술. 중국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임이 최근 공개한 데이터 시각화 기능은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현실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본 결과, 뛰어난 기능 못지않게 투명성 부족이라는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마누스는 엉킨 형식의 CSV 파일을 자동 정제하고, 이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차트 설명만 입력하면 이를 실시간 시각화해 출력하는 방식이다. 특히,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오픈AI의 챗GPT(Advanced Data Analysis)보다 유리한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최종 출력물에 대한 신뢰성과 확인 가능성에서는 기업 사용자 입장에서 뚜렷한 제한이 있었다.
현재 기업 분석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여전히 스프레드시트 파일에 의존하는 구조다. 로섬(Rossum)의 조사에 따르면 재무 책임자의 58%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도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월간 핵심 지표를 엑셀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 같은 스프레드시트 의존도는 업무 마감 직전 무질서한 CSV 파일이 분석가의 이메일로 쏟아지는 일명 ‘마지막 1마일의 데이터 문제’를 계속 야기하고 있다.
마누스는 이 지점을 공략했다. 사용자는 CSV 파일과 함께 자연어 명령을 입력하면, 마누스가 해당 데이터를 정리하고, 비가라이트(Vega-Lite) 문법을 추론해 차트를 생성해준다. 이 모든 과정은 사용자가 피벗 테이블이나 함수에 손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특히 오류율이 5% 수준인 비정형 데이터셋의 경우에도 마누스는 유효한 시각화를 유지했다. 반면 챗GPT는 빠르긴 했지만, 데이터 정리 과정이 생략되면서 결과는 왜곡된 그래프였다.
하지만 양쪽 모두 공통적인 한계를 가졌다. 최종 출력물에서 축 정렬이나 숫자 포맷 등 ‘경영진 발표용 완성도’는 부족했으며, 명확한 레이블이나 시인성 있는 숫자 표기도 요청 없이는 자동으로 구현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은 사용자가 추가 프롬프트를 통해 보완해야 하는 작업량으로 이어졌다.
마누스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변환 과정에 대한 불투명성이다. 데이터 수정 및 보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사용자가 확인할 수 없어, 실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CFO가 마누스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 “2분기 중복 거래는 어떻게 처리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셈이다.
반면 챗GPT와 클로드(Claude), 그리고 xAI의 그록(Grok)은 파이썬 코드 형태로 변환 과정을 일부 보여주기 때문에 기술 역량이 있는 사용자가 이를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일반 비즈니스 이용자가 수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AI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선 간결한 감사 추적 기능이 필수로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데이터 웨어하우스 기반 AI 솔루션’들이 주목받고 있다. 구글(GOOGL)의 제미니(Gemini)는 이미 빅쿼리(BigQuery)와 통합돼 보안을 유지한 채 실시간 시각화를 지원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올해부터 코파일럿(Copilot) 기능을 파워 BI에 확장 적용해 데이터 레이크하우스와 직접 연동되는 분석을 가능케 했다. 굿데이터(GoodData)의 AI Assistant도 기존 메타데이터 구조를 활용해 정확도와 일관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파일 업로드가 아닌 실시간 테이블 기반 분석이 가능하며, 데이터 계보를 그대로 보존하고 엔터프라이즈 보안 모델을 따르기 때문에 규제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반면 마누스는 아직까지 빅쿼리나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같은 외부 데이터 소스 연동이 불가능하며, PNG 정적 이미지 형태로만 결과물을 내보낼 수 있어 상호작용 시각화나 맞춤형 포맷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불편을 유발한다.
결론적으로, 마누스는 기술 자체만 보면 발전 가능성 높은 제품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엑셀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데이터 분석을 원하는 사례에 잘 맞는다. 그러나 변환 과정을 확인할 수 없는 이른바 ‘블랙박스’ 접근은 대기업 데이터팀이 감수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보기 좋은 차트가 아니라, 그 차트를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기반이다. 이 기본 요소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CSV 시각화를 진두지휘하는 주역 자리는 여전히 엑셀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