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 자동차는 버텼지만 IoT는 부진…실적 발표에 주가는 ‘뚝’

| 김민준 기자

차세대 차량과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겨냥해 지속적인 전략 전환을 추진 중인 NXP 반도체(NXPI)가 2분기 실적에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내놨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냉담했다.

NXP는 6월 29일 마감된 분기 기준으로 주당 순이익 2.72달러, 매출 29억 3,000만 달러(약 4조 2,2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6%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였던 2.67달러의 이익과 29억 달러의 매출을 웃돌았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억 7,900만 달러(약 1조 1,200억 원), 자유현금흐름은 6억 9,600만 달러(약 1조 원)였다. 조정 기준 영업이익률은 56.5%로 전년의 58.6%에서 소폭 하락했다.

전체적인 수익성은 다소 둔화됐다. NXP의 이번 분기 순이익은 4억 4,500만 달러(약 6,400억 원)로 전년 동기 4억 9,000만 달러에서 감소했다. 그러나 쿠르트 시버스(Kurt Sievers) CEO는 "경쟁력을 유지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하이브리드 제조 전략 중심의 웨이퍼 생산 발맞춤이 수익성 방어에 주효했다"고 밝혔다.

NXP의 최대 매출원인 자동차 부문은 이번 분기에도 17억 3,0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횡보했다. 그러나 이외 분야는 모두 부진했다. 통신·인프라 부문 매출은 27% 급락한 3억 2,000만 달러(약 4,600억 원), 모바일은 4% 감소한 3억 3,100만 달러(약 4,800억 원), 산업·IoT 부문은 11% 줄어든 5억 4,600만 달러(약 7,800억 원)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유럽 경쟁사들도 유사한 부정적 흐름에 직면해 있으며, 르노가 최근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자동차 업황에 대한 경계감이 더욱 심화됐다.

NXP는 3분기 실적 전망을 주당 순이익 기준으로 2.89~3.30달러, 매출은 30억 5,000만~32억 5,0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예외적으로 넓은 전망 범위는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중한 가이던스가 NXP의 업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켄 후이 애널리스트는 “유럽 고객의 재고 확충 수요가 종료되며 자동차 칩 분야에서 가격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중국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투자 둔화로 인해 산업용 매출 회복세 역시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버스 CEO는 “주요 시장의 순환적 회복 조짐과 자사 고유 성장 동력이 실적 전망에 반영됐다”며 회복 가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좀처럼 낙관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정규장에서는 1% 상승했던 NXP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넘게 하락하며 하루 만에 방향을 바꿨다. 연초 이후 상승 폭은 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NXP가 맞닥뜨린 시장 구조 변화와 업황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자동차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및 글로벌 소비 둔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실적 방어와 성장 전략 사이 균형을 잡는 일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