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튜이트, 중견기업 공략할 '에이전틱 AI' 출격… 자동화 장벽 허문다

| 김민준 기자

중견 기업들이 자동화 기술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데에는 여전히 구조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소기업용 솔루션은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를 드러내고, 대기업 전용 시스템은 비용과 도입 난이도 측면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 갭'을 해소하기 위해 인튜이트(Intuit)가 새로운 방식의 AI 솔루션을 내놓았다.

인튜이트는 연매출 250만 달러(약 36억 원)에서 1억 달러(약 1,440억 원) 규모에 이르는 중견 기업을 위한 전용 제품군 ‘인튜이트 엔터프라이즈 스위트(Intuit Enterprise Suite)’에 에이전틱 AI(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기술)를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기존 분절된 시스템 환경 속에서도 AI가 부드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튜이트는 앞서 2024년부터 자사의 AI 플랫폼 ‘GenOS’를 통해 자동화 기술의 기반을 다져왔으며, 이번 발표는 그 연장 선상에 있는 셈이다.

새롭게 추가된 4종의 에이전트는 ▲재무 ▲회계 ▲결제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 특화돼 있다. 예컨대 ‘재무 에이전트’는 각 조직의 계열사 및 사업부별 데이터를 인식해 월간 실적을 요약하고 차이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자동 생성, 팀당 월 17~20시간의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 반복업무에서 벗어나 더 전략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인튜이트 측은 중견 기업의 고유한 구조를 겨냥해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중소기업이 단일 사업 라인에 집중된 구조라면, 중견 기업은 복수의 법인이나 사업부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다중 법인 구조에서는 기존 AI 솔루션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통합을 위해 대규모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반면 인튜이트의 에이전틱 AI는 이 같은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기존 환경 내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애슐리 스틸(Ashley Still) 인튜이트 중견기업 총괄 부사장은 “우리는 AI를 통해 사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산성을 급격히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며 “현장의 의사결정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로 AI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 에이전트’는 건설사 등 프로젝트 위주 비즈니스 구조를 갖춘 기업의 수익성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프로젝트별 비용 구조, 매출 인식 시점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교차 분석해야 가능한 일로, AI의 이해 능력을 계열사별로 정교하게 설정한 결과다.

도입 과정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인튜이트는 스프레드시트나 퀵북스 등 다양한 도구에 흩어져 있는 기존 데이터를 자동 통합하고, 에이전트를 설치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성형 온보딩 시스템’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AI를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새로운 기능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발표는 기업 IT 리더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전통적인 AI 도입 방식이 통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구조 개편’에 가까웠다면, 인튜이트는 기존 프로세스와 충돌 없이 통합 가능한 형태의 에이전트형 AI를 제안하고 있다. 이는 도입 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ROI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복잡한 조직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특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AI 도입이 단순 자동화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인튜이트의 이번 행보는 중견 기업을 위한 실용적 AI 활용의 본보기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