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컴퓨팅 작업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저전력 칩이 등장했다.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 이피션트 컴퓨터(Efficient Computer)가 차세대 연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첫 플래그십 프로세서 ‘일렉트론 E1(Electron E1)’을 공개한 것이다. 이 칩은 특히 센서, 웨어러블, 드론 등 배터리 효율이 중요한 엣지 기기 환경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렉트론 E1은 ‘패브릭(Fabric) 아키텍처’라는 독자적 구조로 구현됐으며, 기존 범용 CPU의 주류 모델인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와는 전혀 다른 공간형 데이터플로우 방식으로 작동한다. 폰 노이만 방식이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 송수신을 반복하면서 상당한 전력을 소비하는 반면, 이피션트 컴퓨터의 방식은 이러한 오버헤드를 제거해 최대 100배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브랜든 루치아(Brandon Lucia)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CPU와 같은 범용 연산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전력 효율성은 10배 이상 높였다”며 “극단적인 에너지 제한이 있는 환경에서도 충분한 컴퓨팅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칩 내 각 명령어는 정해진 공간 타일에 할당되며, 이 타일이 순차적으로 연결돼 데이터가 한 방향으로 흐름과 함께 처리된다”고 덧붙였다.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는 ‘effcc 컴파일러’다. 이 소프트웨어는 어플리케이션 코드상의 명령어들을 분석해 이를 칩 내부 타일에 공간적으로 배치하고, 데이터 흐름까지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조건문 등 분기 흐름이 발생하면 철도 스위치처럼 경로를 전환하며 처리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칩은 이미 항공우주와 산업 자동화 등 전력 효율성이 핵심인 다양한 클라이언트에게 샘플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피션트 컴퓨터 측은 향후 보다 고성능 작업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모델인 포톤 P1(Photon P1)을 출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대형 엣지 AI 워크로드까지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피션트 컴퓨터의 접근방식이 전통 CPU 아키텍처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칩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적 혁신이 향후 시장의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