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부터 백신까지… ‘7월의 스타트업’, 기술로 시장 바꾼다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 바이오테크, 리걸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7월에도 활발한 자금 유치를 이어가며 기술 변화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자의 분야에서 고질적 문제를 겨냥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하 인프라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비주얼 테크는 물론, AI 기반 가짜 콘텐츠 탐지 기술과 보편적인 독감 예방 백신 개발까지, 기술 트렌드와 실생활 문제 해결이 맞닿은 프로젝트들이 돋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미국 팔로앨토와 텔아비브를 기반으로 한 엑소디고(Exodigo)다. 이 회사는 지하에 묻힌 전선, 배관, 통신망을 인공지능과 3D 이미지 기반 기술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에 9,600만 달러(약 1,382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자금 조달액은 2억 1,200만 달러(약 3,052억 원)에 달한다. 이미 미국 고속철도청, 플로리다 교통청 등 50개 이상 공공기관이 고객으로 이름을 올렸고, 건설·인프라 업계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장 중이다. 엑소디고는 “지하 가시성 확보는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독감의 전면적 예방을 노리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센티백스(Centivax)는 4,500만 달러(약 648억 원)를 시리즈 A에서 확보했다. 남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센티백스는 mRNA 기술 기반의 ‘유니버설 독감 백신’ 후보 물질을 상용화하려 한다. 매년 새로운 변이로 수십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독감을 ‘한 번의 접종’으로 막겠다는 비전을 가진 이 회사는 향후 코로나, 말라리아, 에이즈까지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백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투자자로는 스티브 저버슨의 퓨처벤처스 외에도 NFX와 볼드 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백신 개발 방향성, 특히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최신 mRNA 기술보다 구방식 백신을 선호하는 기조는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 남용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아이덴티파이(IdentifAI)는 최근 590만 달러(약 85억 원)를 유치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콘텐츠가 진짜인지 생성형 AI가 만든 위조물인지 매우 높은 정확도와 신뢰도로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설립 이후 불과 두 번째 투자 유치임에도 유럽 내 ‘AI 정보 검증’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투자자인 유나이티드 벤처스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술은 AI 시대 정보 신뢰성의 핵심”이라며 아이덴티파이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소외 계층을 위한 핀테크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뉴욕 기반의 리타이어블(Retirable)은 은퇴자를 위한 전용 금융 플랫폼을 개발하며 1,000만 달러(약 144억 원) 규모의 시리즈 A에 성공했다.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반 중산층 은퇴자들에게 맞춤화한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 회사는 개인 재정 조언, 세금 전략, 메디케어 설계 등 실질적인 은퇴 컨설팅을 제공하며 고정 수입 보장 전략까지 갖췄다. 창업자 타일러 엔드는 “은퇴 후 재정적 불안을 느끼는 수천만 명의 미국인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사각지대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오픈로우(OpenLaw)다. AI 기술을 활용해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과 중소 로펌 또는 개인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최근 350만 달러(약 5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플랫폼과 달리 회사법이나 계약서 작성이 아닌 일상 법률 문제에 특화돼 있으며, 사용자와 변호사 간 연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창업자 앤드루 구즈먼은 “법률 시스템은 대다수 미국인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론칭 배경을 밝혔다. 유망한 리걸테크 분야에서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통해 초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부터 고부가 헬스케어 기술, 대중 접근성에 주목한 소비자 기술까지, 7월의 투자 사례들은 그 자체로 벤처 트렌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어떻게 시장을 바꾸어나갈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