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8조 규모 NEX 사업부 분사…반도체 조직 대수술 돌입

| 김민준 기자

인텔(INTC)이 자사의 네트워크 장비용 반도체 사업부 'NEX(Network and Edge)'를 독립 법인으로 분리한다. 이 같은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과 내부 자산 구조 최적화를 추진 중인 인텔의 전략적 행보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사친 카티 NEX 수석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를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이후 인텔 측이 공식 확인했다. 회사는 외부 전략 투자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NEX를 별도의 기업으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인텔은 이 새 법인의 초기 앵커 투자자로 남되, 외부에서 자본을 유치해 성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NEX는 주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용 프로세서를 개발해왔으며, 대표적인 제품인 'Atom P7000' 계열은 100Gbps급 데이터 전송을 8개 포트를 통해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통신장비용 칩인 'Atom P5900'은 초고속 패킷 처리가 가능해 최대 400Gbps의 처리 용량을 제공한다. 두 시리즈 모두 내장 보안 가속기 기능을 탑재해 암호화·복호화 작업 부담을 줄이는 데 최적화돼 있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NEX 부문은 58억 달러(약 8조 3,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1분기부터는 해당 부문의 실적 공개를 중단한 상태다. 이후 시장에서는 인텔이 해당 사업부를 정리하거나 부분 매각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이번 분사 결정은 이러한 추측이 현실화된 셈이다.

사친 카티 부사장은 메모에서 "NEX 사업의 제품 로드맵과 고객 전략은 독립 후 오히려 빠르게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 속도도 기존보다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한 사례가 있다. 올해 4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를 생산하는 '알테라(Altera)'의 지분 51%를 실버레이크(Silver Lake)에 약 4억 4,600만 달러(약 6,400억 원)에 매각해 독립 시킨 바 있다. 다만 NEX 분사에서 매각될 지분 규모와 정확한 시점은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인텔이 자사 전체 조직을 슬림하게 재편 중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회사는 같은 날, 2025년 말까지 전체 인력의 15%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지난해 기준 99,500명에서 75,000명 수준으로의 감축을 의미한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대한 투자도 일부 축소될 예정이다.

기술 업계에서는 이번 NEX 분사가 인텔의 유휴자산 최적화를 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네트워크·에지 컴퓨팅 시장에서 독립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NEX 가치 재평가 및 IPO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