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던스, 中 불법 수출로 2,000억 원 벌금…AI 실적은 선방

| 김민준 기자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 캐던스디자인시스템즈(CDNS)가 대중 수출 규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합의하고 총 1억 4,060만 달러(약 2,025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로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에 따르면, 캐던스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자사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중국 고객에게 불법 판매한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의 핵심은 캐던스의 한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중국 고객에게 총 4,530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판매하고, 해당 고객이 이를 다시 제3자에 재이전한 데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트럼프 및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위반한 행위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지능 및 군사 기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EDA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략 기술의 수출에 엄격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캐던스는 벌금 납부 외에도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수출 규정 준수 체계를 강화하고 정부 기관과의 연례 감사 절차에도 동의했다. 다만 애니루드 데브건 캐던스 CEO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가 전략적 가치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 주당 조정순이익은 1.65달러로 시장 전망치 1.56달러를 상회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벌금 영향으로 최종 순이익은 1억 6,000만 달러로 전년동기 2억 3,000만 달러보다 감소했다. 벌금이 없었다면 이익이 증가했을 것이란 평가다.

분야별로는 시스템 설계 및 해석 부문에서 매출이 35% 늘었고, 지식재산(IP) 부문에서도 25%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캐던스는 이러한 실적을 ‘AI 기반 최적화 솔루션’과 ‘확장된 실리콘 포트폴리오’ 덕분이라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올 2분기 중 도입한 신규 규제로 인해 캐던스는 또 다른 타격을 입기도 했다. EDA 소프트웨어의 대중국 수출 시 별도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조치가 일시적으로 시행되며 약 5,600만 달러의 비용을 떠안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일환으로 해당 규제를 철회하면서 수출 중단은 일시적이었다. 이 조치와 맞물려 엔비디아(NVDA) 역시 중국에 H20 GPU 공급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전망에서도 캐던스는 낙관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2025년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 가이던스를 기존 6.73~6.83달러에서 6.85~6.95달러로 상향했다. 이는 월가 평균 전망치인 6.76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연간 매출 가이던스는 종전대로 52억 1,000만~52억 7,000만 달러로 유지했으며, 이 역시 시장 예상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캐던스의 사례는 수출 규제 리스크가 실적에 단기간 충격을 줄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AI 기술과 반도체 분야의 전략적 중요성이 기업 실적과 장기적 방향성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