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페놀, 콤스코프 핵심 부문 15조 원에 인수… AI·데이터센터 시장 정조준

| 김민준 기자

대형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인 앰페놀(Amphenol)이 경쟁사 콤스코프(CommScope)의 주력 부문을 105억 달러(약 15조 1,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는 시장 내 입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앰페놀이 콤스코프의 핵심 사업부로 평가받는 커넥티비티 및 케이블 솔루션(CCS) 부문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부문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데이터센터를 위한 유선·광케이블 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특히 고속 광섬유 케이블과 구리선, 광분배반(Cabinet), 그리고 스마트빌딩 및 통신망용 하드웨어 제품까지 공급 범위가 넓다.

앰페놀은 이미 유사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 기지국 안테나, 차량용 전자부품, 전력 관리 장치뿐 아니라 특수 센서를 포함한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 앰페놀의 애덤 노위트(Adam Norwitt) CEO는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CS가 보유한 통합 광인터커넥트 포트폴리오와 우리 제품군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며 기술적 시너지를 강조했다.

인수 이후 앰페놀의 재무적 성과 역시 개선될 전망이다. 콤스코프 측에 따르면 CCS 부문은 올해 약 36억 달러(약 5조 1,800억 원) 가량의 매출이 예상된다. 앰페놀은 이 딜이 마무리된 후 1년 안에 주당순이익(EPS)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콤스코프는 이번 거래로 확보한 자금을 대규모 부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회사의 부채는 94억 달러(약 13조 5,400억 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을 전략적으로 낮춘 뒤 일부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거래 완료 후 60~90일 사이 배당 또는 주식환매 등의 방식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앰페놀이 올해 초, 콤스코프의 또 다른 사업부 ‘앤드루(Andrew)’를 21억 달러(약 3조 24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은 두 번째 대규모 거래다. 앤드루는 5G 기지국 및 무선 통신 장비 부품 제조를 전문으로 한다.

향후 콤스코프는 이 거래를 기점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자사가 강점을 지닌 액세스 네트워크 및 루커스(Ruckus) 부문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액세스 네트워크는 인터넷 통신망을 가정이나 사무실 등 최종 사용자와 연결하는 장비를, 루커스는 네트워크 스위치와 무선 액세스 포인트,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번 거래는 급증하는 AI와 클라우드 수요를 겨냥해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이 전략적 M&A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