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바이두, 유럽 로보택시 전면 배치…2026년 英·獨부터 시작

| 김민준 기자

미국의 차량 호출 플랫폼 리프트(LYFT)가 중국 IT 공룡 바이두(BIDU)와 손잡고 유럽에 자율주행 택시를 본격 도입한다. 2026년부터 영국과 독일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차량 수천 대를 유럽 전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리프트는 미국 내에서는 우버(UBER)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차량 호출 기업이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유럽 최대 택시 호출 앱 프리나우(FreeNow)를 약 2억 8,300만 달러(약 4,070억 원)에 인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프리나우는 아일랜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9개국 150여 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리프트의 유럽 진출을 가속화할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리프트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 자율주행 차량을 유럽에 도입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현재 영국과 독일 당국으로부터 관련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 차량들이 프리나우 플랫폼과 연동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데이비드 리셔(David Risher) 리프트 CEO는 “운전자와 자율주행차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방식을 기반으로, 지역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우버가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멘타(Momenta)와 손잡고 유럽에 로보택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우버는 바이두와 중동 및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자율주행택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술기업과의 전략적 연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영 은행 시스템은 자국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기술 확산을 강하게 지원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12개 도시에서 19개 기업이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우한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보택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반면 미국은 자국 내 보안 우려와 인명 피해 소송 위험, 그리고 대중 관념의 장벽으로 중국산 로보택시 유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구글 산하 웨이모와 테슬라가 시장을 주도하며 중국 기업의 진입 여지를 더욱 축소시키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비용이다. 저렴한 전기차 생산 원가에 자율주행 기술까지 결합해 경쟁사 대비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제와 안전 기준이 덜 엄격한 환경은 기술 개발 및 테스트를 촉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리프트와 바이두의 협력은 단순한 파트너십이 아닌, 유럽 자율주행 시장 판도를 흔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시장 초기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기업들과 중국 기술 플랫폼의 결합이 유럽 모빌리티 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