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미국에 6천억 달러 베팅…TSMC·삼성과 손잡고 반도체 자립 강화

| 연합뉴스

애플이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1천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하면서, 총 투자 규모가 6천억 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애플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현지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에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 발표는 8월 6일(현지시간) 애플이 밝힌 '미국 제조 프로그램(AMP)'의 일환으로,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핵심 부품의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지난 2월 애플은 5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바 있었지만, 이번 발표로 그 계획에 1천억 달러를 추가하면서 투자범위와 속도를 모두 확대했다. 미국 제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애플의 장기 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의 범위를 전국 규모로 확대할 것이며, 미국 전역의 10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조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파트너사에는 한국의 삼성도 포함돼 있으며, 오스틴 공장에서 애플 제품용 고성능 칩을 제조할 예정이다. 이 생산 라인은 전력 효율과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보면, 켄터키에서는 첨단 유리업체 코닝과 협력해 아이폰과 애플워치용 커버글라스를 생산하고, 텍사스 셔먼에서는 VCSEL 레이저와 웨이퍼를 개발하는 첨단 광전자 기술이 적용된다. 애리조나에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협력해 칩 생산을 진행하고, 앰코와는 패키징 작업을 수행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글로벌파운드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브로드컴 등과 협력을 이어가며, 전국 곳곳에서 반도체와 서버, 희토류 소재까지 폭넓은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애플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 공급망 관련 일자리를 45만 개 창출하고,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급 인력 2만 명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 애플 제품에 사용될 190억 개 이상의 칩을 자체 공급망을 통해 생산하며, 전 과정은 100%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5% 이상 상승해 213.25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시장이 애플의 미국 내 제조 강화 및 기술 독립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주요 기술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기지 구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