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INTC)의 최고경영자 립부탄(Lip-Bu Tan)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인텔 CEO는 심각한 이해충돌에 얽혀 있으며,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공화당 상원의원 톰 코튼 역시 립부탄의 이해상충 여부에 대해 인텔 이사회에 질의서를 보냈다.
논란의 핵심은 립부탄 CEO의 과거 투자 및 이력이다. 그는 지난 3월 인텔의 수장에 오른 인물로, 이전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캐던스디자인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를 10년 넘게 이끌며 매출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키고 주가를 3,000% 넘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재임 중 캐던스가 미국의 대중 제재를 위반하고 중국 군사 대학에 설계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 립부탄은 1987년 벤처캐피털 '월든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약 2억 달러(약 2,880억 원) 규모의 중국 반도체 및 제조 기업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투자 이력과 과거 캐던스의 제재 위반 사건이 합쳐지며 트럼프와 공화당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발언 직후 인텔 주가는 3.2% 급락하며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반영했다. 이는 최근 들어 실적 부진과 대대적 구조조정 계획으로 흔들리고 있는 인텔의 주가에 또 하나의 타격이 된 셈이다. 립부탄은 수익성 회복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전체 직원의 최대 15%를 감축하고, 생산 인력의 5분의 1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인텔은 최근 알테라(FPGA 사업 부문) 지분 51%를 34억 달러(약 4,900억 원)에 실버레이크에 매각했고,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NEX 부문 역시 분할 상장할 예정이다.
인텔은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 부문에서 수 분기 연속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새로운 반도체 공정 기술인 'A14'를 2028~2029년 가동할 예정이나, 외부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개발 중단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립부탄은 지난달 전 직원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더 이상 백지수표는 없다"며 철저한 투자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CEO 퇴진 논란을 넘어, 미국 내 기술 리더십과 대중 정책,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결합된 복합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쟁 속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 그리고 민간 기업 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