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방사능 재난에 대비한 디지털 약품 관리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며, 지역 재난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섰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약품 보관과 배포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재난 발생 시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울주군은 2025년 8월 8일, 온산읍을 포함한 4개 행정복지센터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디지털 갑상샘 방호약품 보관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갑상샘 방호약품은 방사선 노출 시 인체 내부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샘에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물로, 원전 사고 등 비상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해당 약품의 안정적 보관과 신속한 전달은 원전 인근 지역의 핵심 방재업무 중 하나이다.
기존에는 이들 약품이 창고에 보관된 채 수기로 점검돼왔다. 온도나 습도 조절도 정기적 점검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극한 기후 변화에 따른 품질 저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철 한파에 실시간 대응이 어려운 탓에 보관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새롭게 도입된 보관 시스템은 IoT 센서를 활용해 온도와 습도 변화에 자동 대응할 수 있으며, 보관 중인 약품의 종류나 수량도 실시간으로 중앙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여기에 마을 단위 QR코드와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능을 도입해, 지정된 관리자가 신속히 약품 배포 여부를 확인하거나 보관함 잠금 장치를 자동 해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한 재난 발생 시 원격으로 모든 보관함의 문을 동시에 열 수 있는 기능도 갖춰 약품 배포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울주군은 이번 시스템을 우선 4개 읍·면에 설치한 데 이어, 나머지 8개 지역에도 순차적으로 확대해 설치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재난 발생 시 현장 중심의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재난 방지 환경 구축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주군은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가 위치한 지역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정기적인 방사능 대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 사고와 지진을 가정한 '레디코리아 훈련'과 대량살상무기 테러 대응을 위한 '화랑훈련' 등이 지역 내에서 진행되며 재난 대비 역량을 점검해 왔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원전 인근 지역의 재난 대비 시스템 전반의 첨단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가 차원에서 방사능 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방호와 주민의 생명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유사한 기술 기반의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