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HBM 시장서 밀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주도권 뺏겨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뒤처지며, 기술 경쟁의 핵심 무대에서 우위를 잃고 있다.

8일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은 AI의 결정적 순간을 어떻게 놓쳤는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삼성전자의 최근 반도체 부문 상황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AI 기술 발전과 함께 다시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이 흐름에서 삼성은 경쟁자보다 한발 늦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HBM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공해, 생성형 AI나 고성능 연산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필수적인 부품이다. 과거에는 그래픽용 제품 정도로 한정됐던 이 시장은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고성능 메모리 개발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쌓아왔고,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17%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HBM의 주요 구매처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에 들어갈 HBM의 주요 공급업체로 자리잡은 데 반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험 과정에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회복을 위해 차세대 HBM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내 신제품 출하와 시장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완성도, 대형 고객사와의 신뢰 회복, 제품 공급 안정성 등 다양한 변수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체 반도체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어,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 여부와 그 실행 속도에 따라 한국 메모리 산업의 경쟁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