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위험 환자들의 재시도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인지행동치료 기반의 모바일 앱이 퇴원 후 자살 시도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과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자살 위험이 높은 입원환자 33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퇴원 후 자살 위험 완화를 위한 디지털 치료 앱을 활용한 그룹과, 일반적인 정신건강 정보만을 제공하는 앱을 사용한 그룹으로 나뉘어 무작위로 비교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자살 예방 전용 앱을 이용한 집단은 자살 시도가 58% 가까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에 사용된 앱은 총 12회로 구성된 인지행동치료(CBT) 수업을 포함하고 있으며, 첫 회는 입원 중 병원에서 받고 이후 수업은 환자가 퇴원 후 스스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기 주도형 치료 방식은 반복적인 자살 충동을 겪는 고위험군에게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살 예방 앱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살 충동이 퇴원 후 24주 동안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일반 앱 사용자 집단에서는 12주 이후부터 충동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살은 특히 미국 내 청장년층에서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10대부터 40대까지 자살은 각각 2~4위 안에 드는 사망 원인이며, 매년 자살을 시도하다 살아남는 성인만 해도 100만명을 넘는다. 이들 중 50만명은 실제 입원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렇듯 높은 사회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범 방지에 사용할 수 있는 승인된 약물 치료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연구를 주도한 예일대 퍼트리샤 사이먼 교수는 자살 사고나 시도가 병원 퇴원 직후 몇 주에서 몇 개월 사이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처럼 취약한 시기에 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하이오주립대의 크레이그 브라이언 교수 역시 디지털 치료 앱이 자살 예방의 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퇴원 후 전문 치료 인력을 접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앱이 현장의 실용적 대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디지털 의료기술이 정신건강 분야, 특히 반복적 자살 위협에 노출된 고위험군 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원격 치료와 모바일 기반 치료가 확산하는 가운데, 향후 정신건강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적용, 임상 지침 편입 등 제도적 기반 마련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