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트랜잭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복잡할 뿐 아니라 장애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신속히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상당한 리소스를 요구한다. 특히, 수십 개에 달하는 마이크로서비스에서 생성되는 로그와 메트릭, 분산 추적 데이터를 종합해 단서를 찾는 과정은 바늘을 짚는 것에 비유될 만큼 어렵다. 이런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등장한 AI 기반 관찰성(Observability) 아키텍처가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 맥락성을 자동으로 추론할 수 있게 하는 구조적 프로토콜 활용이다.
현대 마이크로서비스 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 관찰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본 인프라 요건이다. 사용자 요청 하나가 수십 개의 서비스 간을 오가기 때문에, 서비스별로 생성된 로그·메트릭·추적 정보가 쏟아지면서 데이터 볼륨 자체가 관리 대상이 된다. 문제는 단순한 크기가 아니라 ‘데이터 단절성’이다. 로그는 로그대로, 메트릭은 메트릭대로 따로 존재하면서 연계 분석이 어려운 구조에서 엔지니어는 직감과 수작업에 의존한 비효율적 분석을 반복하게 된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적용한 AI 기반 관찰성 플랫폼이 구축됐다. MCP는 앤트로픽(Anthropic)에서 제안한 데이터-모델 인터페이스 표준으로, 단순 수집이 아닌 데이터에 의미와 구조를 입히는 데 중점을 둔다. 데이터를 가공, 질의, 추론 가능한 형식으로 전달해 AI가 더 정확하게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모니터링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이 플랫폼은 총 3계층 구조로 설계됐다. 첫 번째 계층에서 각 서비스가 자체 생성하는 텔레메트리 데이터에 유저 ID, 주문 ID, 서비스 이름, 버전 등 공통 메타데이터를 설정 시점에 함께 포함시킨다. 이 시점에서 데이터 상관관계를 생성함으로써 사후 분석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두 번째 계층에서는 MCP 서버가 이 데이터를 수집·인덱싱하고 API를 통해 질의 가능한 규격형 인터페이스로 제공한다. 마지막 세 번째 계층은 AI 분석 엔진이 이 구조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징후 탐지, 패턴 분석, 원인 분석 등에 활용한다.
이러한 계층형 설계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보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꾼다. 기존에는 문제 발생 후 로그와 메트릭을 따로 조회하고 상관관계 추정을 반복했다면, MCP 구조에서는 생성부터 Context가 일관되게 유지돼 AI가 이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 플랫폼은 로그, 메트릭, 트레이스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연계·추론할 수 있어 엔지니어의 수작업 부담을 줄이고 응답 속도를 크게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MCP가 탑재된 시스템이 실현하는 실질적 효과는 크다. 이상 탐지 속도 향상으로 평균탐지시간(MTTD)과 평균복구시간(MTTR)이 단축되고, 단일 사고로 인해 연쇄적으로 발생하던 중복 알람은 대폭 줄어든다. 이는 개발자 피로도 경감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운영 효율과 생산성에서 개선이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AI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면,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관찰 가능한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플랫폼 설계자 프라노이 고스와미는 “모든 텔레메트리 데이터에 의미를 입혀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AI가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데이터 자체가 구조적이고 맥락적으로 풍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맥락 정보는 생성 시점에서부터 포함돼야 하며, 그 구조는 목적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손실되는 것은 ‘이해’다. 새로운 관찰성 아키텍처는 이 손실된 이해를 되찾는 도구이자, AI 시대에 대응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AI를 이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의 다음 단계는 개별 데이터를 넘어 맥락 기반 분석을 수행하는 시스템의 지능화에 달려 있다. 지금은 그 구조를 만들어 가는 초기 단계이지만, 관찰성을 ‘행동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하려는 실험은 이미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