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래 차량 개발과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룹 산하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 조직인 포티투닷은 5천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8월 11일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에 걸친 자본 확충 계획의 일환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자금을 지원한다. 회사 측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인재 유치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Software-Defined Vehicle) 개발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은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먼저 SDV 관련 핵심 기술 개발이 주요 과제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도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 아울러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재를 유치하고 조직을 확장하기 위한 인건비 및 운영비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포티투닷은 차량 운영체제인 '플레오스 비히클 OS'를 비롯해 자율주행용 인공지능 '아트리아 AI',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AI 기반 음성비서 '글레오 AI' 등의 기술을 자체 개발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SDV 플랫폼의 실증 차량(페이스 카) 개발에 돌입해 2027년에는 양산차에 본격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단지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현하는 것을 넘어, 차량의 운영 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현재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차량 내 인공지능 서비스와 통합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포티투닷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과 맞물려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 내재화를 강화하고,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분야에서 글로벌 플랫폼 주도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포티투닷의 기술력과 자본 조달능력이 뒷받침된다면, 현대차그룹이 전통적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는 데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