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엔비디아(NVDA)와 AMD(AMD)의 대(對)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수익 가운데 15%를 징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AI 반도체를 둘러싼 치열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나온 이례적인 거래로, 트럼프 대통령과 엔비디아 CEO 젠슨 황 간의 직접 협상의 결과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최근까지 이어졌던 AI 칩의 중국 수출 규제 기조에서 방향을 일부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앨빈 응우옌은 "기술 수출 제한이라는 기존 방침에서 거꾸로 가는 신호처럼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실리와 전략적 유연성을 동시에 취하고자 했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수익의 20%를 요구했으나, 황 CEO가 이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에 대한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해왔다. 이에 엔비디아와 AMD는 성능을 일부 제한한 H20 및 MI308 모델을 개발해 규제를 피하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이들 모델까지 금수품에 포함시키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엔비디아는 2분기에만 약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고, AMD 역시 연간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의 손실을 경고했었다.
수출 제한 여파로 엔비디아는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50%로 급락하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젠슨 황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수출 규제 완화를 협의했고, 그 결과 상무부가 H20의 수출 재개를 허용하면서 이번 합의가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 대해 "H20은 한물간 제품이며, 중국은 이미 유사한 칩을 다른 이름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하면서, 블랙웰 시리즈의 수정된 버전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단, 이 칩은 성능을 30~50% 낮춰야 한다는 조건부 허가가 붙었다.
현재 H20은 최대 4페타플롭스 성능을 제공하는 H100의 하위 버전으로, 최신 블랙웰 B200은 20페타플롭스를 넘는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최근 발표된 '블랙웰 울트라'는 기존 B200보다 50% 더 빠른 처리 속도를 자랑하며, 엔비디아의 기술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연간 150억~200억 달러(약 21조 6,000억~28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RTX PRO 칩은 제조 및 물류업계를 겨냥한 제품으로 "미국 수출 규정을 완벽 준수"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 국면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선을 그으며, 기존 중국 수입품에 부과된 일부 관세 역시 90일간 추가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AI 칩 수출 통제를 완화하는 대신 수출 수익 일부를 환수하는 새 방식은 향후 미국의 기술 통제 프레임에 변화를 예고하는 조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