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콘택트렌즈로 망막 진단 시대 연다…국내 연구진 세계 첫 개발

| 연합뉴스

망막 질환 진단에 활용 가능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기존 의료 장비보다 간편하게 눈에 착용만 하면 진단이 가능해진 점에서, 향후 안과 진단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해 서울대분당병원, 포항공대, 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 산학연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형태의 콘택트렌즈 기반 망막 진단 장치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장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무선 콘택트렌즈로, 망막 기능을 측정하는 의료기기인 망막전위도(ERG) 검사를 보다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망막전위도는 망막이 시각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검사로, 유전성 시신경 질환과 초기 망막 이상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기존에는 어두운 검진실과 대형 장비가 필수였기에 이동성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러한 제약을 줄이고, 사용자가 눈에 렌즈만 착용하면 곧바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술의 핵심은 렌즈 자체에 탑재된 얇고 유연한 OLED에 있다. 이 OLED는 두께가 머리카락 6분의 1 수준인 약 12.5마이크로미터로, 렌즈 내에 집적돼 있음에도 착용자의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존 콘택트렌즈형 광원 대부분은 무기 발광다이오드를 사용했지만, 이는 점 형태로 빛을 내는 구조여서 열 축적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OLED는 넓은 면적에서 균일하게 빛을 내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광 자극이 가능하다.

실험 결과, 낮은 밝기(휘도)에서도 기존 상용 의료장비와 비슷한 수준의 신호 측정이 가능했고, 장기간 착용에도 눈 표면 온도가 27도 이하로 유지돼 각막 손상 위험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높은 온도와 습도 환경에서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향후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활용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연구를 이끈 유승협 KAIST 교수는 이 기술이 단순한 진단뿐만 아니라, 광학 치료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까지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반 기술은 앞으로 비침습적 진단을 넘어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접안형 웨어러블 기기로 진화할 가능성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