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AI 특수에 힘입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주가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AI 기술 확산의 중심에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그 핵심 부품인 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HBM은 AI 칩과 함께 사용돼 대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주요 수요처로는 엔비디아, AMD 같은 AI 칩 제조사들이 꼽힌다. 이에 따라 HBM을 공급하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도 수혜를 입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104억~110억 달러에서 111억~113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도 종전의 2.35~2.65달러에서 2.78~2.92달러로 올렸다. 마이크론 측은 이러한 조정이 D램을 포함한 메모리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전반에 침체 흐름이 지속되던 최근 몇 년간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에 제약이 있는 HBM 시장에서 AI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마이크론이 유리한 가격 책정 환경에서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으로 인해 메모리 칩 제조사들이 낮은 수익성을 감수해야 했지만, 현재는 AI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출현하면서 시장의 판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일부 품목에 대해 100%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를 실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할 방침을 시사했다. 마이크론은 이에 대응해 지난 6월 미국 내 투자 계획을 300억 달러 추가한 총 2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발성 코스트 절감이 아닌, AI 중심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구조적 수요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중장기적으로도 투자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지속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