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CT 수출, 7월 사상 최대…반도체 회복에 221억 달러 돌파

| 연합뉴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수출이 2025년 7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ICT 산업의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월 13일 발표한 7월 ICT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221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5% 증가하며 7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수출 호조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과 함께 고성능 메모리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DDR5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확대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입 역시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주변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133억 2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무역수지는 88억 7천만 달러의 큰 폭의 흑자를 나타냈다. 최근 인공지능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대형 컴퓨터 등의 수입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관련 제품 수요가 한국 수입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ICT 수출 전체에서는 반도체와 통신장비가 각각 31.2%, 4.6%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디스플레이(-8.9%), 휴대전화(-21.7%), 컴퓨터·주변기기(-17.1%) 등 다른 핵심 품목들은 줄줄이 감소세를 보였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하위 산업에서의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쳤고, 휴대전화는 부품 수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었다. 다만, 완제품 휴대전화가 상대적으로 선전해 일부 수출 하락 폭을 완화시켰다. 컴퓨터·주변기기의 감소는 보조기억장치(SSD) 수출이 지난해 급등했던 기저 효과와 올 상반기의 선(先)재고 확보에 따른 일시적 수요 조정으로 해석된다.

국가별 수출 동향에서는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방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11.9%), 베트남(16.4%), 유럽연합(EU, 18.0%), 일본(23.9%)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한 반면, 중국과 홍콩을 포함한 지역은 전년 대비 5.6%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기술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수출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제품 중심의 수요 회복이 ICT 수출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통상 환경 불투명성,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방향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에는 수출 구조의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