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룸메이트 로봇' 내놓는다…가정용 로봇 시장 정조준

| 김민준 기자

애플(AAPL)이 가정용 로봇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027년을 목표로 탁상형 로봇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며, 이를 인공지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는 자사 AI 경쟁력에 대한 외부 비판이 거센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향한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새로운 기기는 디스플레이가 로봇 팔에 탑재된 구조로 설계돼, 사람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등 인간처럼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화상통화 플랫폼인 페이스타임(FaceTime)과의 연동이 주요 기능으로, 대화 상대에 초점을 맞추고 원하는 방향으로 디스플레이를 회전시킬 수 있다. 사용자들은 아이폰을 조이스틱처럼 활용해 기기를 원격 조작할 수 있는 기능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 디바이스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룸메이트 같은 동반자'로 사용자를 일상 속에서 지원하게끔 고안돼 있다. 여기에 적용되는 신형 시리(Siri)는 기존 음성 인식 기능을 뛰어넘어 상황 대응형 대화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대폭 개편될 예정이며, 회사 내부에선 코드명 ‘린우드(Linwood)’ 또는 ‘LLM 시리’로 불리고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은 향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다른 애플 기기에도 폭넓게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픽사 램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로봇 외에도 독립형 스마트 디스플레이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J490이라는 코드명 하에 구동되며 음악 감상, 스마트 홈 제어, 웹 검색, 영상 통화 등을 지원하지만 로봇 팔 기능은 제외된 간소화 버전이다. 두 기기 모두 새로운 운영체제 ‘카리스매틱(Charismatic)’ 위에서 구동되며, 시계 화면과 위젯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게 된다.

사실 애플의 로봇 개발 소문은 2024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테이블 위에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형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관한 특허와 내부 개발동향이 알려지면서 하드웨어 혁신을 모색하는 애플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후 애플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대체 전략으로 개인형 로봇 기술 쪽으로 중심축을 옮긴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애플은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바퀴를 장착한 이동형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형태의 제품도 실험 중이지만, 이들 제품의 상용화는 아직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기존처럼 강력한 에코시스템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 전략을 통해 다시 기술 선도기업으로서 입지를 회복하려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들이 현실화된다면, 애플은 침체됐던 AI 기술력을 극복하고 구글(GOOGL), 아마존(AMZN) 등 경쟁사들이 장악해 온 스마트 홈 및 개인 로봇 시장에 의미 있는 균열을 낼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이는 시리의 기능적 재탄생과 함께 애플 전 제품군에 걸친 AI 진화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