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서버에 '트로이 목마' 장치 몰래 심었다…中 수출 은밀 감시

| 김민준 기자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서버의 중국 수출을 감시하기 위해 서버에 추적 장치를 몰래 삽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백악관 행정부는 고성능 AI 칩이 제3국을 경유해 중국 등 제재 대상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비밀 감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불법 수출 차단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으며, 복수의 정보기관이 이 작전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추적 장치는 델(Dell Technologies)과 슈퍼마이크로(Super Micro Computer) 등 서버 제조사의 포장 상자 또는 장비 내부에 장착되며, 엔비디아(NVDA), AMD(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AI 칩이 포함된 배송에도 사용됐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여러 정부 기관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추적 장치의 설치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델 서버에 탑재된 엔비디아 GPU 장비에서 장치가 발견된 사례와, 서버 내부에 직접 이식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 같은 '트로이 목마형' 장치 삽입 방법은 과거에도 항공기 부품 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 바 있으며, NSA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이 폭로되던 2014년에도 해외로 수출되는 라우터와 하드웨어에 유사한 감시 장치를 둔 바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후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같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중국의 독자적 반도체 산업 확장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가 강화되며 수출 규제가 더욱 엄격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가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트래커가 포함된 서버는 일부에서 포장을 뜯어내 장치를 제거한 걸로 나타났으며, 일부 장치는 스마트폰 크기로 비교적 감지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밀수업자들이 선적된 제품을 사전에 검사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 보도에 대해, 델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자사 제품에 추적 장치를 삽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는 자사의 보안 방침이나 절차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으며, 엔비디아는 “당사의 제품에 몰래 장치를 심는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AMD는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과 타협을 통해 일정 사양 이하의 AI 칩에 한해 수출을 일부 허용한 상태다. 이 협상에 따라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한화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수익 환수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수출이 지정학적 전략의 최전선에 서면서, 미국의 통제 수단 또한 더욱 정교하고 은밀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