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새 바람… '캐시', 스톡옵션 리스크 줄일 투자 플랫폼 주목

| 김민준 기자

기술업계 종사자들이 보유한 주식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 캐시(Cache)가 주목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캐시는 최근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250만 달러(약 18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1억 2,500만 달러(약 1,800억 원)로 급등했다. 이번 라운드는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인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First Round Capital)이 주도했다.

캐시는 테크 기업 직원들이 대규모로 받은 스톡옵션 및 지분 보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익스체인지 펀드(exchange fund)’ 서비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핵심 모델로 삼는다. 이 펀드는 다수의 투자자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한데 모아 구성하는 구조로, 자산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자본이득세 부담 없이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캐시의 창업자 스리칸트 나라얀(Srikanth Narayan)은 과거 우버(Uber)에 근무할 당시, 전체 순자산의 상당 부분이 자사 주식에 묶여 있는 현실에 좌절을 겪은 경험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많은 테크 종사자들이 한 종목에 수익이 집중되는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이러한 노하우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의 프라이빗 뱅킹 고객에게만 제공되던 것이었다. 최소 자산 1,000만 달러, 최소 투자 100만 달러에 연간 수수료 최대 2.5%라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했지만, 캐시는 이를 10만 달러로 낮추고, 수수료는 기존 대비 최대 75%까지 줄였다. 현재 캐시는 미국 내 모든 공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 상품을 개방한 상태다.

출범 한 해가 지난 올해 3월 기준으로 캐시는 이미 6억 달러(약 8,640억 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포천 500대 기업의 30%에 달하는 종사자들이 사용자로 가입해 있다. 특히 사용하는 고객 중 90%가 익스체인지 펀드를 처음 접한 이들로, 캐시의 시장 개척 능력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캐시 투자자 명단에는 오토데스크 전 CEO 아마르 한스팔, 아스피리언트 창업자 팀 코치스, 스트라이프에 인수된 브리지의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고위 인사 60명이 넘는 엔젤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기존 시드 투자사였던 콰이어트 캐피털도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나라얀은 최근 테슬라(TSLA)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며 관련 자산을 분산하려는 매물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이슈로 흔들린 테슬라 주가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캐시의 펀드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캐시는 향후 S&P 500 및 S&P 500 성장 섹터 기반의 펀드도 추가하며 상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SEC에 등록된 공식 브로커딜러이자 투자자문사로, BNY 멜론 기관 커스터디와 최대 50만 달러까지 보장되는 SIPC(예금자 보호기관) 시스템도 구축했다.

현재 평균 고객 투자금은 약 90만 달러(약 13억 원), 고객 1인당 평균 약 75만 달러 규모의 자본이득세를 이연 처리하고 있는 만큼, 고액자산가 및 테크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실리콘밸리 고위 인사인 조엘 믹 전 레딧 부사장도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라얀은 “30년간 마이크로소프트 또는 애플, 아마존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며 순자산 대부분이 자사 주식에 묶인 이들을 수없이 만난다”며, “자산 다각화가 이들에게 단순한 전략이 아닌 생존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기업들이 매년 3,500억 달러 이상의 주식 보상을 지급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캐시의 시장 확장 기회는 그야말로 무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