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프라 시장에서 스토리지 서비스의 개념이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민첩하고 확장 가능하며 보안성 높은 스토리지-애즈-어-서비스(storage-as-a-service)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과거 자본 집약적인 스토리지 구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기업은 이제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도구로 스토리지를 활용하고 있다.
Iron Mountain의 부사장 클리프 매드루는 “AI 기반 최적화 기능과 서비스 수준 계약(SLA)이 결합된 유연한 소비 모델은 기업에게 예측 가능성과 제어력, 속도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현재의 스토리지 전환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AI 생성 데이터와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 맞춘 스토리지 전략에서 정보 거버넌스와 계층화가 핵심"이라며 "적절한 계층에 데이터를 배치하고 생성형 AI 도구로 가치를 추출하는 능력이 성공의 열쇠"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5년 Supermicro 오픈 스토리지 서밋에서 매드루는 Rex Manseau(Lightbits Labs), Giorgio Regni(Scality), Mark Iskra(인텔), Marc Tanguay(웨스턴디지털), Paul McLeod(슈퍼마이크로) 등과 함께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전략을 논의했다. 이들은 각 기업이 AI 워크로드, 멀티테넌시, 가상화된 인프라, 확장형 스토리지 풀 등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주요 CSP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술 조합을 제시했다.
Scality는 객체 스토리지 플랫폼 RING으로 엔터프라이즈급 용량과 보안을 지원한다. 특히 수 페타바이트에서 엑사바이트 규모까지 멀티 테넌시 환경에서 운영되는 이 플랫폼은 미국 내 두 개 데이터센터에 걸쳐 배치된 Iron Mountain의 0.5엑사바이트급 스토리지 인프라를 통해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특정 애플리케이션 요구에 맞춘 커넥터 레이어와 대용량 용량용 서버를 분리해 확장성과 비용 절감 모두를 실현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Lightbits Labs는 초고속, 초저지연 블록 스토리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NVMe over TCP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전용 하드웨어 없이 범용 인프라에서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특징이다. Manseau는 "18백만 IOPS, 5PB까지 클러스터 확장이 가능하다"며 "고성능 계층을 신속히 형성해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토리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인텔의 지원도 눈에 띈다. 인텔은 Xeon 6 'Granite Rapids' 프로세서에 최대 136개의 PCIe Gen 5 레인을 탑재해 대규모 NVMe/NIC 연결을 실현, 극한의 워크로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CSP들을 지원하고 있다. Mark Iskra는 "제한된 전력 공급 안에서 핵심 부품, 네트워크,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한 도전 과제"라며, 인텔이 구축한 생태계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혁신의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드 드라이브(HDD),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테이프 등 다양한 저장매체의 공존도 지속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Tanguay는 "전체 데이터의 약 80%가 아직 HDD에 저장된다"며 "AI와 캐싱에는 SSD가 적합하지만, 중간 성능에는 HDD가 비용대비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테이프는 여전히 가장 낮은 총소유비용(TCO)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기 아카이빙에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슈퍼마이크로는 자체 빌딩 블록 전략을 통해 CSP 고객이 다양한 워크로드에 맞는 조합형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반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데이터센터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다. McLeod는 "단일 데이터센터 내에서 원하는 무엇이든 가능케 하는 인프라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스토리지 시장의 승자는 단순한 스토리지 제공자가 아니라, AI와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데이터를 비즈니스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서비스형(storage-as-a-service)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의 효율적인 저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