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I·암호화폐 삼각 전선… 트럼프 발언·실적·상장에 요동친 시장

| 김민준 기자

인텔(INTC)의 리프부 탄(Lip-Bu Tan) CEO가 이번 주 미국 정치권과 기업계의 중심축에 선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사이 정반대의 발언을 쏟아내며 그의 거취를 놓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인텔 주가는 예상치 못한 상승 탄력을 얻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탄 CEO의 해임을 주장하다가 돌연 그의 경영 능력을 “놀라운 성공 사례”라며 극찬했고, 이어지는 보도에서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인텔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흘러나왔다.

일련의 반전 행보는 단지 정치적 쇼에 그치지 않는다.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정부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미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엔비디아(NVDA)와 AMD(AMD) 같은 AI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중국 수출 대금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토록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며, 기술 시장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의 정책은 단순한 규제가 아닌 ‘수익 공유 요구’로 작용해 혼란을 유발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차세대 검색엔진으로 이름을 알린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구글(GOOGL)의 크롬 브라우저 인수를 위해 345억 달러(약 4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과감한 제안을 던졌다. 아직 판매 의사는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고, 이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신규 자금 조달 소식까지 이어졌다. 단, 불과 한 달 전 1억 달러를 유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200억 달러 기업가치를 근거로 투자 유치에 나선 점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픈AI의 GPT-5 출시 역시 고전하고 있다. 이용자 불만이 급증하자 결국 전 세대 모델인 GPT-4o 접근권을 복원하는 등 조치는 뒤늦게 취해졌고, 이 틈을 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는 자사 AI 모델 그록(Grok) 4을 무료 공개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이는 대형 AI 기업 간 제품 성능과 배포 전략 경쟁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암호화폐 열풍도 여전하다.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는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상장 첫날 주가가 120% 넘게 급등했다. 뜨거운 반응 속에 시장은 여전히 높은 수익 기대와 변동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기술 기업 실적은 혼조세를 보였다. 시스코 시스템즈(CSCO)는 AI 인프라 수주 확대로 호실적을 발표했고, 반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는 실망스러운 향후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하락했다. 코어위브(CoreWeave)와 같은 AI 클라우드 기업은 점차적인 확장과정에서 수익성 악화와 기존 주주의 주식 매각이 겹치며 주가에 부담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실적을 앞둔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 워크데이(WDAY), 줌(ZM) 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기술이 주도하는 다음 국면에서, 실적 발표는 기업의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투자자 신뢰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