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기지국 기술을 실증하는 사업 범위를 넓히기로 하면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네트워크 장비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17일, 오픈랜(Open-RAN)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실증사업을 기존 5세대(5G) 상용망에서 5G 특화망과 인공지능랜(AI-RAN) 등 신기술 영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오픈랜은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해, 서로 다른 제조사 간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기술이다. 오랜 기간 일부 글로벌 제조사들이 독점해온 기지국 장비 시장에서, 다양한 업체들의 참여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이미 국내 기업들의 오픈랜 기술을 검증하는 실증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기술 상용화까지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올해부터 서울역과 김포공항 일대에 실증망을 설치해 오픈랜과 AI랜 기술을 동시에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역에는 LG전자의 소프트웨어 기지국과 3개 제조사의 무선장치를 조합한 다중 제조사 운용 환경, 이른바 '멀티벤더 오픈랜'을 구현한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로, 다중 제조사의 장비가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서울역 실증망에서는 다수의 무선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서버에 실시간 전송해, 군중 밀집도를 AI가 분석하고 혼잡을 예방하는 기능까지 시험할 계획이다. 김포공항에서는 AI 기술이 접목된 오픈랜을 통해 보안 사각지대를 실시간 감지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검증된다. 이를 통해 초고화질 영상 데이터의 안정적인 전송과 함께, AI가 통신 품질을 동적으로 조정하는 기술도 테스트하게 된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픈랜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4억 달러 규모였으며, 2028년에는 약 68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랜 시장 역시 2030년까지 86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공지능이 네트워크 핵심 기술로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통신장비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실증사업을 통해 기술 신뢰성과 적용 가능성을 입증한다면, 민간 분야로의 확산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AI 시대와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를 대비한 핵심 인프라로서의 AI랜 개발은, 향후 네트워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