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인 인텔의 안정화를 위해 자금지원을 지분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는 인텔 지분의 최대 10%를 보유하는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방안은 8월 18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정부는 인텔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미 지급된 반도체법 보조금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인텔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미국 정부가 중요 산업의 전략적 자립을 도모하려는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인텔은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을 명분으로 최대 78억 6천500만 달러(한화 약 10조 9천억 원)의 직·간접 지원을 약속받은 바 있다. 이 자금은 민간과 군사용 고성능 반도체 생산 시설 확충에 투입되며, 전체 규모는 109억 달러에 달한다. 보조금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집행되며, 2025년 1월 기준으로 약 22억 달러가 집행된 상태다.
이번 지분 투자 논의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 간의 만남이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탄 CEO에 대해 중국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지만, 이후 회담에서는 그의 성공을 인정하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논의가 두 사람의 회담 직후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판단이 경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 정부가 특정 산업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시도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점차 늘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트리얼스(MP Materials)에 4억 달러를 투자해 15%의 우선주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국방산업의 전략적 자산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다. 인텔과 MP머트리얼스에 대한 투자는 모두 기술 주권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라는 미국 정부의 공통된 목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장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지난주 지분 투자 가능성 보도가 처음 나온 이후 인텔 주가는 5일 연속 상승했지만, 10% 투자 규모가 보도된 18일 이후 약 4% 하락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간에는 정부 개입 확대가 장기적으로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대로 인텔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지분 투자 논의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대중국 전략 기술 분리 움직임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향후 유사한 방식의 산업 개입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보조금 수령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경영 관여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의 균형을 두고 상당한 정책적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