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알토 창립자 퇴진… 100억 달러 돌파·사이버아크 인수로 '새 판' 짠다

| 김민준 기자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의 창립자 니르 줙(Nir Zuk)이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는 회사의 기술적 사령탑 교체라는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번 인사 변화는 주요 실적 발표와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2025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기준 매출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불과 몇 주 전에는 경쟁사 사이버아크(CyberArk)를 250억 달러(약 36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니르 줙은 2005년 팔로알토 네트웍스를 창립하고 초기 방화벽 시스템 공급업체로 회사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수 년간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사이버보안 업계의 강자로 성장시켰고, 현재 7만 5,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뒤를 이어 최고제품책임자이자 CTO로 새롭게 임명된 리 클라리치(Lee Klarich)는 창립 1년 후부터 회사를 이끌며 2017년부터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그는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하게 되며, 직책은 ‘최고제품및기술책임자’로 확장된다.

이번 리더십 전환은 경영 안정성과 기술 로드맵의 연속성을 중시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팔로알토 이사회 독립 의장인 존 도노반(John Donovan)은 “리 클라리치는 기업 초기부터 핵심 기술 전략을 주도해온 인물로, 기술 비전을 미래로 이끌 최적의 인재”라고 평가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실적 면에서도 힘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25억 4,000만 달러(약 3조 6,600억 원)로, 월가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특히 차세대 보안(NGS) 제품군이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해당 부문은 주력 네트워크 보안을 중심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35% 급증해 39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형 고객사가 이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NGS 제품에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 수는 이번 분기 156개로, 전 분기 대비 51%나 증가했다.

순이익 측면에서도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4분기 조정 순이익은 6억 7,300만 달러(약 9,700억 원), 주당 0.95달러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였던 주당 0.88달러를 웃돌았다. 회사는 이어지는 분기에서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치는 매출 최대 24억 7,000만 달러(약 3조 5,600억 원), 주당 순이익은 0.88~0.9달러로, 모두 애널리스트 기대치를 상회한다.

향후 최대 이슈는 사이버아크 인수다. 회사 측은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 내로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 완료 시, 팔로알토는 계정 접근 제어와 관련된 기능을 대거 확보하게 되며, 1만 개 고객사와 포춘 500대 기업 절반 이상을 포함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번 발표는 기술기업 리더십 교체와 강력한 실적 지표, 그리고 전략적 M&A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행보로 평가되며,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한층 더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