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 체온으로 AA 건전지 전압 뽑는 자가발전 기술 첫 개발

| 연합뉴스

몸에서 발생하는 열로 AA 건전지 수준의 전압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향후 웨어러블 기기나 소형 전자제품의 구동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성연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체온과 공기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고체형 열갈바닉 전지를 개발했다고 8월 20일 밝혔다. 이 전지는 전기 생성을 위한 충분한 전압과 전류를 확보해 실제로 전자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출력 성능을 갖췄다.

열갈바닉 전지는 체온과 주변 환경 사이의 온도 차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로, 주로 소형 발전기 형태로 활용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실내외 환경에서 온도 차가 크지 않아, 실질적인 기기 구동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특히 고체형 전지는 전해질 내 이온 이동성이 낮아 높은 출력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온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전해질을 설계했고, 이온의 열 확산 특성을 활용해 전압을 추가로 상승시켰다. 이 결과, 기존보다 월등히 높은 출력을 구현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 전지를 16개 연결해 LED 조명과 온습도 센서, 소형 전자시계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지를 100개까지 직렬 연결할 경우, 약 1.5볼트로 AA 건전지에 해당하는 출력도 가능하다.

장성연 교수는 이 기술이 자율형 사물인터넷(IoT)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처럼 외부 전원 공급이 어려운 장치에 자가발전 전원을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7월 7일 영국왕립화학회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에 게재됐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실생활에서 배터리 교체가 불필요한 전자기기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 자립이 중요한 사물인터넷 분야나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의 개발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