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액체연료 엔진 설계 완료…국산 발사체 시대 가시화

| 연합뉴스

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액체연료 엔진의 상세설계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한국형 독자 발사체 개발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이번 평가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실물 제작과 시험으로 넘어갈 길이 열렸다.

이번 설계 검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항공청이 주관한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페리지는 3톤(t)급 터보펌프 방식의 액체 메탄 엔진을 설계 중인데, 이 엔진은 무게가 가볍고 재사용이 용이해 최근 우주기업들이 집중 개발하는 차세대 추진체다. 특히 소형 위성 발사를 위한 발사체의 상단 부분을 국산 기술로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상세설계 검토회의(Critical Design Review, CDR)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다. 단순한 설계 초안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제조 가능한 수준까지 세밀한 설계가 완료됐는지를 외부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검증한다. 이번 CDR에는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외에도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민간 스타트업이 제시한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 페리지 측이 제출한 설계는 핵심 기술 요건과 임무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인정됐다. 특히 ‘진입 및 종료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돼, 실질적으로 엔진 제작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 엔진은 앞으로 9기를 묶어(클러스터링) 소형 발사체 ‘블루웨일 1호(BW1)’에 탑재될 예정이다.

페리지 측은 이번 설계 검토 통과를 계기로 자사 엔진 기술 역량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은광 부사장은 그동안 정부의 민간 우주개발 지원 및 임직원의 노력이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하며, 향후 뉴스페이스(New Space, 민간 주도 우주산업) 시대에 걸맞은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우주개발이 과거 정부 주도에서 민간과의 협력 체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후발 주자인 한국이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서 일정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술 독립성과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민간 기업의 성장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