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살리는 AI 장비 '비전' 등장…30초 만에 병해충 진단

| 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이 겨울철 꿀벌 대량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꿀벌응애를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장비 '비전'을 개발했다. 이 장치는 30초 안에 꿀벌응애 존재 유무를 판단할 수 있어 방제 시기를 놓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응애는 꿀벌 몸에 기생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유발하는 대표적 해충이다. 벌집 내부에 숨어 서식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우며, 특히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는 관측과 방제가 더욱 힘들어진다. 숙련된 양봉업자조차 벌통 하나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데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 안에 진단이 가능한 ‘비전’ 장비의 등장은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강원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이 장치는 단순히 꿀벌응애만 탐지하는 것이 아니라 백묵병, 날개 기형, 애벌레 이상 등 총 16가지 병해충과 생육 상태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분석 정확도는 97.8%에 달하며, 간단한 조작만으로 고령자나 초보 양봉가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장비는 감염 수준에 따라 방제 권고 단계도 자동으로 제시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이른바 ‘비전’으로 불리는 이 장치는 양봉 산업의 디지털화 흐름과도 맞물린다. 기존에는 양봉인의 경험에 기반한 수작업에 의존해 병해충을 관리했지만, 이번 장비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의 예찰 체계를 정립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의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올해 산업체에 기술 이전을 통해 제품 생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실제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진흥청은 ‘비전’을 벌통 150개 규모의 양봉장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860만 원의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병해충 손실 감소와 노동 시간 절감에 따른 결과다.

이러한 디지털 장비의 보급은 미래 양봉 산업의 생존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꿀벌 폐사 문제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 예찰과 신속한 대응 기반이 마련된다면 꿀벌 생태계 보호와 함께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농진청은 앞으로도 이 기술을 고도화해 양봉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