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고부가가치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8월 21일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 주가 9만 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업종 내에서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꼽았으며, 하반기에는 대내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실적 역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기준 7만 500원으로,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전망의 핵심 배경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구조 변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샘플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6년부터 HBM 시장이 공급자 주도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 확대 가능성도 높고 실적 기여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고민거리였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던 이 분야에서 테슬라의 23조 원 규모 반도체 수주와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공급 계약을 따냈다. 이로 인해 생산라인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된다.
실적 추정 역시 낙관적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사업 모두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분기 4조 7천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3분기 8조 8천억 원, 4분기 9조 2천억 원으로 증가해, 하반기 전체로는 18조 원 규모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장기 관점에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하거나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김 본부장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와 미국 행정부 간 결속력이 강화돼 향후 관세나 정치적 리스크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강화하는 와중에 우방국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술력과 고객사 다변화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전략이 지속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